이 부부의 ‘편집증’을 보라..‘김나영&그레고리 마스’ 개인전

결혼 후 20년 째 공동작업 이어 온 부부 아티스트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展서 신작 60여 점 공개
“‘소유’ 개념 벗어나 ‘공유’라는 문화형식 제안”


2004년부터 공동작업을 해 온 아티스트 그룹이자 부부인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이하 김 & 마스)가 22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Paranoia Paradise·편집증의 낙원)’를 개최한다. 개막에 앞서 21일 전시 프리뷰를 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측은 “지난 20년 간 전방위적으로 활동해온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가 이번 전시에서 60여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photo11월21일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 ‘김나영& 그레고리 마스’ 전시에서 작품을 설명 중인 그레고리 마스. 사진 박동미 기자



김 & 마스의 작업은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뒤엉키게 한 독특한 조합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 흥미와 더불어 불편함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또한, 이들은 언어유희에 가까운 제목으로 작품의 의도를 일부러 불투명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번 전시 역시 이들의 전매특허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예컨대, 버려진 헬로 키티 조형물은 깨달음을 얻은 ‘반야 키티’로 재탄생했고, 피카소의 그림에서 착안한 후, 못을 박아 완성한 동판 작품은 ‘마침내 내가 해냈어!(I nailed it)’라는 뜻을 한국식으로 풀어낸 ‘쩔었어!“가 제목이 됐다. 자연스럽게 ”못을 박았어!“라는 또 다른 의미도 떠오른다. 또,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모더니즘의 모토를 모방한 ‘거품은 남근을 따른다(Foam follows Phallus 2.0, 2024)’는 은근히 무언가를 놀리는 듯하다. 거대한 남근상 옆에 츄파춥스를 담았던 빈 용기를 매달았는데, 그로 인해 이것이 거품 가득한 맥주잔 모양이었음을 새로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이날 직접 전시와 작품을 설명한 김 & 마스는 이를 ‘프랑켄슈타인화(化)’라 명명했다. 메리 셸던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납골당이나 묘지에서 훔친 시체 조각들을 조립한 뒤 전기충격을 가해 사람을 만들고자 했던 ‘미친’ 의사 이야기를 빗댄 것이다. 여기저기서 수집한 사물과 아이디어를 일부씩 떼어내고 재조립해서 기이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자신들의 작업방식 또한 그 행위와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김 & 마스는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 여러 점의 인체 해부도를 제시했다. 도자기로 만든 조각 ‘작업실에서의 힘든 하루’(A rough day at the workshop)(2022∼2024)는 고된 하루 일을 마치고 ‘탈진’해 분해된 듯 누워 있는 인물들을 표현했다. 재를 남기고 타들어 간 담배꽁초와 가발, 틀니 등이 나란히 진열돼 쉼없는 노동과 죽음에 가까운 휴식을 은유한다. 또, 창자 모양 오이 피클 꾸러미가 몸체의 터널을 통과하는 형상도 등장하는데, 그 위에 한때 닥치는 대로 아무 광고에나 출연했던 니컬러스 케이지의 고된 얼굴이 프린트돼 있다.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는 이날 ”김 & 마스의 작업은 동시대의 대표적인 예술적 태도인 ‘포스트 프로덕션’의 관점으로도 파악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작업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사물들과 이미지, 아이디어는 이미 존재하는 문화 생산품들이기 때문에 흔히 차용의 개념으로 이해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자르기, 덧붙이기, 칠하기 등의 재가공 단계를 거친 것이라는 것. 안 디렉터는 ”차용이라는 ‘소유’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동시대 문화형식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photo김 & 마스 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꽃 낮잠 1~4’.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제공



전시는 넘치는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어떤 단일한 독해를 지향하지 않는다. 김 & 마스에 따르면 오래된 사물의 수집이란 결국 기억의 파편들을 모은 것이기에, 작가와 관객이 완벽한 공감이나 공유를 이룰 수 없다. 이들은 ”각자 자기만의 경험에 기대어 그 의미를 생성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일보 박동미 기자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11230103991005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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