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킴킴갤러리, <당신이 먹었던 이야기>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 작가 및 프로그램 소개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2008년부터는
킴킴갤러리라는 미술 전문 기획사를 설립하여 그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양평으로
이주하면서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레고리 마스가 양평에서 한국어
교실을 다니면서 농촌의 외국 며느리, 즉 다문화 가정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이 가게 됐다.
이 외국인들이 이 양평이라는 공동체에 자리를 잡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했다. 그들에게
고향 음식을 배우는 작업을 시작으로 현대미술에서 식문화와 그 관계로서 풀어내게 되었다.
이민자의 음식을 만든게 된 이유
Q. 오늘 보여줄 음식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이 장소 레퍼토리시스템 Repertory System을 열기 전 프랑스 등 약 10개국의 나라에서 생활했다. 그 때마다 호기심이 많아 그 동네
사람들이 뭘 먹는지 궁금해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현지의 문화가 궁금했다. 그 중
지중해 근방에 살았던 기억으로 여름에는 지중해 음식을 많이 했다. 그리고 오늘 선보이는 음식은 노르웨이 음식이다. 노르웨이는 유럽 북구에 위치해 겨울에는 먹을 것이 정말 없다.
크리스마스는 유럽의 가장 큰 명절인데 그때 딱 노르웨이에 있었다. 노르웨이 전통식으로는
양머리를 반으로 잘라 식탁 위에 두고 먹는 음식이 있다. 눈알은 아버지에게 준다던지 하는 풍습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양도 별로 없고 양머리를 그대로 올려두는 것 보다는 돼지고기
요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요리는 그 노르웨이에서 먹었던 돼지고기 요리다.
‘ribbe’라는 부위는 갈비뼈 쯤의 이른바 오겹살 부위다. 조리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양념하고 재우는데 이틀이 걸리고 굽는데만 4시간이
걸린다. 오늘은 이 낯선 음식을 많이 궁금해 할 것 같아 이 메뉴를 정했다. 이 음식은 돼지고기
껍데기가 있어야 한다. 우선 알루미늄 호일을 덮고 굽다가 마지막에는 그 호일을 벗기고 돼지 껍질을 태우듯이
구워준다. 소스에는 팔각이라던지 술이라던지 한국에서 잘 쓰지 않는 향신료가
들어간다.
또, 스칸디나비아 지방에서는 고기를 단 잼과 함께 먹는다. 보통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겨자나 그레이비 소스 등을 먹는데, 이 지역은 특이하게 여름에 수확한
산딸기나 베리류를 사용해서 소스를 만든다.
Q. 이 음식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면?
A. 노르웨이는 추운 나라이고 키도 많이 큰 것에서 짐작하다시피 원래는 한번에 500G정도의
고기만 먹는다. 그리고 먹을 때 술과 함께 먹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술은 준비하지 못했고,
당근이나 감자 등과 같은 채소도 같이 준비했다
모두가 찾는 식당 ‘레퍼토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의미
Q.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이 ‘ 레퍼토리 시스템’은 어떤 공간인가?
A. 양평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고 구체적으로 재미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졌다. 회원 7명이 각자 모여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공유하자는 의미이다.
공간을 차리니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이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고 많이 물었다. 그래서 외부
벽에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시트지를 붙였다. 식문화로서의 공동체예술 액티비즘을 보여주고 있다.
Q ‘레퍼토리 시스템’을 보여주는 다른 사례들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회원 중 한 작가는 인도 사람과 결혼하고 인도에서 살게 되면서 인도 가정식을
배우게 됐다. 결혼 이전에는 미국에서도 생활하였고, 당시에는 별로 요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원 중 다른 한 분은 미국에서 살다 오셔 영미권 음식도 하신다. 또, 우리(킴킴 갤러리)의
경우에는 독일에서 소시지가 많이 유명한데 그 중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흰 소시지를 내기도 한다.
이 공간에서 다양한 음식을 하며 유럽, 지중해, 아시아, 중동 지방 등의 차이점 및 공통점을 찾아 그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또, 가까이 지내는 동네 분 중에 은퇴하신 의학 박사가 계시다. 그 분을 모시고 먹고 건강을
지향하는 여러 방법을 같이 연구하고 있다. 이전에는 뇌 기능이 전부라고 했던 여러 인지
과정이나 그런 것들이 장과도 연결이 되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런 것처럼 ‘먹는 것’
에 집중하게 되다보니, 최근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진행하는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개인전인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에서도 먹는 것에 집중한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Q. 작가로서 이 음식을 대접하는 ‘레퍼토리 시스템’을 운영하며
외부인과 만나는 것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A.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미술 분야로서는 조각과 설치를 주로 해왔다.
현대미술
자체가 사회와 소통하는 지에 대해 관심으로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그 중 식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먹는 것이 역사, 문화, 개인의 경험 등 다양한 것이 포함되어 있는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또, 양평과 같이 상대적으로 현대미술을 경험한 사람이 적은 동네일수록
전략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술가로서
먹는 행위를
함께한다는 것
Q. 작가로서 조각이나 설치라는 매체를 다룰 때와
이 음식을 대할 때는 다른 느낌일 것 같다.
A. 이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간접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작가로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한다. 현대 미술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갤러리나 미술관 같은 곳을 맘 먹고 가야하지만,
이 곳을 오는 동기는 다르다. 어떤 음식을 먹는 지도 중요하지만, 이 양평이라는 공동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어떤 점을 재미있어 하는 지를 볼 수 있게 되어,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Q. 삶과 예술의
교차점으로서 식문화
많은 곳을 이주하면서 기억에 나는 식문화가 있다면?
그리고 한국에서의 식생활에서 불편한 것이 있다면?
A. 그레고리 마스의 아버지는 독일 회사 생활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1년에 6개월 이상 다른 지역을 여행 다니면서 가지게 된 모토는 ‘뭐든지 먹는다’였다.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는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이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그리고 초대받은 이는 그것을
잘 먹는 것이다. 그것을 중요한 요소로서 생각하고 있다.
한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노르웨이의 전통식에서는 염소의 눈알이 떠다니는 스프를 먹는다.
그거는 어려웠다. 그래도
그 외에는 굉장히 열린 마음을 갖고 음식을 대했다.
또, 이 곳에 있는 식탁이나 가구들이 대부분 독일에서 가지고 온 것들이다.
그레고리 마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일부 짐을 이삿짐으로 받았다. 고모 할머니가 쓰시던 식탁이나 할머니에게 식사 예절을
배웠던 식탁이 바로 이 자리에 있다. 그런 경험들을 연결하는 것이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또 프랑스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음식을 준비하고 예절을 지키지 않으면 엄격히 혼내는 친구
집에 방문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Q. 세계 각국의 음식을 소개하고 나누는 행위 자체가,
이를테면 문화적 배타성을 허무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A . 그렇다. 우리와 함께 작업하는 구민자라는 작가가 있다.
그가 음식을 새로 만들어내는
작업까지 함께 겸하고 있다. 그는 ‘모두를 위한 식탁’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이름을 붙여줬다. 바로 ‘불편부당의 음식’이다.
불편부당은 어디에도 치우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구민자 작가는 각 문화, 민족 그리고 종교를 연구하며 각 집단에서 금지된 음식들을
수집했다. 생각보다 제약이 있는 음식이 많다. 예를 들어서, 불교에서는 모든 육식이 안 되며,
조로아스터교같은 경우에는 흙이 묻어있는 음식은 먹을 수 없다. 그래서 구민자 작가는
어떤 종교, 국가, 민족이 먹더라도 금지된 음식이 없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재료로 음식을
개발한다.
이는 인류의 역사 전체 또는 인류로서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중략)
사업성과 및 시사점
| 의제설정 및 주제 심화
양평과 예술의 상호작용 분석을 통한 예술 생태계 확립
· 관내 예술가들의 삶을 보다 직접적으로 참여함으로서 양평의 문화적 정체성을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음
· 특히, 다양한 장르와 세대, 경력을 가진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경험과 유대감을
발견함으로서 이를 아우르는 교류를 유도할 수 있었음
개인적 경험의 집단적 담론 확장
· 참여형 프로그램 을 통해 예술가 개인의 변화가 집단적 문화 현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연구함으로서 개인의 작업을 양평의 지역적 가치로 전환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음
· 양평의 예술인들이 지역과 공명하며 예술 활동을 전개하는 방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서 개인적인 경험과 작업 활동이 집단적 담론으로 확장되는 지점을 포착하고자 할 수 있었음
· 관내 예술인들이 스스로 양평의 행정적 지역 구분을 넘어선 문화적 환경으로서 양평을 인지하는
기회였음
| 시사점
사례 공유를 통한 정례적 네트워크 유도
· 예술가들의 현재 삶과 환경을 동시대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마련하여, 전시나 공연
등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교류의 장을 만들어야 함
· 관내 문화예술인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교류의 장을 구성할 필요가 있음
발행처 (재)양평문화재단
발행자 박신선
총괄 배경민
기획ㆍ운영 전유정
사업지원 김은지, 이종은, 이성현
디자인 ful studio
사진 마운틴컬러
주최/주관 (재)양평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