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5118137?sid=103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22일부터 아티스트 듀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의 개인전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 (Paranoia Paradise)'를 연다.
부부작가인 이들은 한국과 독일 출신으로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같은 반 동료로 만났다. 2004년 결혼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실용성'과 '효율'을 추구한다는 이들은 고정관념을 깨고 전 세계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는 노마드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회화나 조각 작품도 하지만 이번 전시에선 주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잡동사니에 가까운 재료들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매 전시마다 각양각색의 형상들을 대거 선보이는 이들은 이번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올해 50주년을 맞았던 헬로 키티의 변신이라 할 '반야 키티(Kitty Enlightement)(2024)'를 내놓았다. 한 눈에도 헬로 키티였음을 알 수 있는 이 작품은 동네 공원에 버려진 키티 조형물을 이용한 것이다.
이외에도 이들은 키치적 감성이 풍부한 소재를 그들의 여행과 일상에서 구해 작품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한 융합이 이들의 손에서 이뤄지고 현재 미술 작품으로 부활하는 셈이다.
유럽의 목재가 일본 문구류와 만나고 중남미 어디 선가 본 듯한 토기 위에 합쳐지는 식이다. 이는 아시아와 유럽을 출신 배경으로 하는 작가 부부의 삶이 문화적 다양성으로 그리고 일상으로 녹아드는 것과 같다.
한쪽 모국어인 한국어와 독일어로 가지 않고 처음 만났을 때 쓰던 프랑스어로 20년 넘게 소통하는 이들의 언어습관 역시 글로벌을 상징한다.
작가들은 '프랑켄슈타인화(Frankensteining)'로 이번 전시를 설명한다. 묘지에서 시체를 훔쳐 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려던 미친 박사의 작업 방식이, 이들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야 키티'에서 이들의 프랑켄슈타인화가 가장 잘 설명된다. 귀여움의 역할을 담당하느라 애초부터 갖지 선사했고 기쁨과 슬픔이란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게 됐다. 야누스와 같이 앞 뒤로 두 개의 얼굴을 갖게 된 키티는 마침내 '깨달음(반야)'에 도달하며 변화를 관장하는 로마의 신과 불교의 지혜가 하나가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조합을 이뤄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전시엔 유독 흡연과 알코올 그리고 성적인 묘사 관한 모티브가 많다.
그에 대해 작가들은 "방종과 탐닉의 문화에 깃든 개인의 자유와 열정, 어리석음을 흥미롭게 관찰해서 표현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작품들은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들의 조합으로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르기, 덧붙이기, 칠하기, 바느질하기, 용접하기 등 두 사람 각자가 잘 하는 방식의 재가공을 힘들게 거쳤다. 편집 속에 자기의 창조적 결합행위가 필요한 것이다.
'쩔었어(I nailed it)'(2024)라는 작품은 금빛 못으로 피카소 작품 등 미술사의 여러 요소들을 표현했다. 많은 시간의 공들인 작업이 필요한 작품이다. 피카소의 드로잉 평면작품을 입체화하려는 작가들의 의도는 절대적인 평면을 추구한 말레비치(K. Malevich)의 금빛 직사각형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더욱 강조된다. 작은 못들을 촘촘히 박는 행위는 몰입을 통해 복잡한 사유를 사라지게 하는 수행의 과정도 된다. 완성한 후 내지르는 "마침내 내가 해냈어!(I nailed it)"라는 탄성이 작품명과 겹쳐 언어 유희도 남는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이어진다.
머니 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4.11.22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