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키티가 두 얼굴을 갖는다면…20년 듀오의 '물건' 탐구

스포츠조선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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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그레고리 마스 부부 공동작업…아뜰리에 에르메스서 전시


전시장 전경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놀이터에는 '용도 폐기'된 헬로키티가 남았다. 알록달록한 색이 바래고 곳곳에 상처가 난 모습이었다. 옆 동네에 살던 부부 작가는 버려진 키티를 데려왔다.

세월의 흔적이 쌓이며 때가 탄 부분을 씻겨내고, 온몸에 마치 부항을 뜨듯 전구를 붙여 온기를 더했다. 귀여운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사라졌던 입도 되살렸다. 한쪽에서는 웃고, 다른 쪽에서는 우는 모습의 '반야 키티'다.

지난 20년간 미술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듀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키티에게 새로운 얼굴을 줬다. 기쁨과 슬픔이 존재하는 '야누스'의 얼굴이다.



반야(般若) 키티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선보이는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Paranoia Paradise)는 부부이자 함께 작업하는 동료로 두 사람이 걸어온 여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2004년부터 공동 작업을 해 온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만화 캐릭터부터 일상용품에 이르는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 60여 점을 소개한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의 조화는 흥미를 유발한다. 정성스레 수 놓인 꽃 너머에는 파리채가 붙어있고,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구조물 위에는 통조림 용기가 비스듬히 꽂혀 있다.



작업실에서의 힘든 하루


지난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레고리 마스 작가는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는지로 정의되기도 하지만 물건은 죽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물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커피를 흘린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천 위에 미니마우스 자수가 놓인 작품을 가리키며 "어쩌면 진짜라고 할 수 있는 건 커피 자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는 두 사람의 작업을 사물과 아이디어를 떼어내고 재조립하는 '프랑켄슈타인 화(化)'라고 언급하며 "넘치는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단일한 독해를 지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상의 물건을 활용해 경쾌하게 살짝 비튼 작업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디오니소스 동상은 맥주 상자를 들고 있고, 창자 모양의 오이 피클 위에는 '아무 광고'에나 출연했던 어느 배우의 얼굴이 인쇄돼 있다. 권투 장갑 너머로 담배를 형상화한 듯한 작품도 눈에 띈다.

김나영 작가는 "담배는 고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특이한 물질성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 선보여온 작업과 비교하면 많이 고민하면서 학구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작품 하나하나에 붙은 이름은 마치 언어유희와도 같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드로잉을 재현하면서 물감이나 붓이 아닌 작은 못(nail)을 선택해 수많은 못을 박은 뒤 '쩔었어'(I nailed it)라고 이름 붙이는 식이다.

전시는 내년 2 2일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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