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개인전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2024년 11월 22일 - 2025년 2월 2일
오전 11시 - 오후 7시
매주 수요일 및 설날 연휴 (1월 1일, 29일, 30일) 휴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B1F,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2024년 11월 22일부터 2025년 2월 2일까지 아티스트 듀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의 개인전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 (Paranoia Paradise)”를 개최한다. 2004년
공동작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 20년간 국내외 전시활동을 통해 예술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60점에 달하는 신작들로 그들만의 비범한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한국과 독일 태생으로 제3국인 프랑스에서 만나 공동 생활과 작업을 이어오는 작가는 혼성된
언어와 문화적 경험을 근간으로 예술의 순수성이나 위계, 규범을 무효화하는 작업세계를 펼친다. 이들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사물과 이미지들은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문화적 전형성을 지녔던 흥미로운 존재들인데, 애초의 용도나 맥락에서 벗어나 작가들의 손에 맡겨짐으로써
새로운 예술적 삶의 영역에 들어선다. 작가들 스스로 ‘프랑켄슈타인화 Frankensteining’라
일컫는 오브제들 간의 기이한 조합을 통해 상투성을 넘어 놀랍고도 풍부한 해석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이다. 일견 이질적인 오브제들의 집산으로 보이는 작품들은 예술과 삶의 간격을
없애려 한 다다이즘이나 플럭서스의 후예로서 ‘레디 메이드’의 소산이지만, 김 & 마스의 경우,
정성어린 예술적 조정이 개입된 ‘핸드 메이드’ 조각의 면모 또한 갖춘다.
전시 제목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는 동일한 어원을 공유하지만 상반된 상황을 가리키는 두
단어를 겹쳐 놓은 것으로 동어 반복이나 형용모순의 언어유희를 즐기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두 개 이상의 사물의 조합은 조화로움이나 완결성의 기준을 따르지
않기에 낯설고 부적합해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작가들이 현재 거주하는
한국사회와 넓게는 동시대의 혼성모방 문화나 강박적인 글로벌 자본주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대표작인 “반야 키티 Kitty Enlightenment”(2024) 경우, 공원 한구석에 버려진 대형
조형물을 가져와 수리한 것으로 무표정한 귀여움의 아이콘에 희로애락의 표정을 되살리거나
부황의 열기구를 후광처럼 부착하여 고통을 이기고 열반에 든 모습을 보여준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가 다루는 사물과 이미지들은 미술사에서부터 키치나 대중문화의 산물,
의식주와 관련된 일상용품과 남녀노소의 여가 물품에 이르기까지 한계가 없다. 그 하나하나는
대사작용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인체의 각 부분과 부산물들처럼 위계 없이 공존한다.
전시에는 피카소나 헨리 무어의 변형된 작품과 함께 자수로 표현된 미니 마우스와 영어로 쓴 붓글씨 병풍, 코딱지 드로잉 등이 즐비하다. 풍자와 유머의 감각을 공유하지만 결코 하나의 의미로는 규정되지않는 작가의 작품들을 사물들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무의식이나 초현실 세계로 나아가기보다는 서늘한 현실 감각을 일깨우는 경험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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