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 2012.02.01 오후 3:02
크게보기가가
- `세상만큼 작은, 나만큼 큰` 전
-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12일까지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가 공동 작업을 한 건 2004년 프랑스에서부터다.
유럽과 아시아 문화가 가진 이질성이 이들에겐 되레 독특한 내러티브가 됐다. 여행을 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물건을 보고, 다른 작가들이 펼쳐놓은 문화까지 흡수했다. 때론 차용하고 때론 변형시킨 그 `이질성`은 작품들에 속속 등장했다. 그 중 하나가 미니어처다.
두 작가는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 눈에 띄는 손가락 크기의 플라스틱 미니어처 피규어를 사 모았다. 그리곤 팔, 다리, 몸통을 떼어내 다시 조합하고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 바뀐 것은 외형만이 아니다. 본래 피규어의 관계성도 변질됐다. 쌍을 이루고 있지만 결코 하나로 엮일 수 없는 관계. `존재하지 않는 관계(Relationships do not exist)`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신미경은 1990년대 초반 런던으로 옮겨갔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나` 혹은 `우리`란 존재감을 찾아 헤맸다. 그러던 그가 안주한 곳은 박물관. 유물들을 보며 오래전 시공간을 떠난 유물들이 원래의 시공간을 대변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영속성은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끌어들인 것이 비누다. 2006년부터 비누 도자기를 만들었다. `트랜스레이션(Translation)` 시리즈는 16∼20세기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특별제작된 중국 도자기를 참조한 작품들이다. 언젠가는 해체될 의도로 창조된 유물의 역설이다.
국내보다 외국서 더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그룹전이다. 6명 작가 5팀이 회화와 조각, 설치 등 60여점을 내놓고 `세상만큼 작은, 나만큼 큰`이란 제목을 붙였다. 시간과 공간,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문 자리에서 발견된 신세계를 탐구하는 자리다.
물리적 거리개념이 무색해진 현대가 가장 큰 화두다. 세계 어디서든 정보가 오갈만큼 작아진 세상에서 되레 거대해진 인간관계를 연구해보자는 거다.
이는 `큰 세상 작은 나`는 당연함과 익숙함을 뒤집어보자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 신미경 외에 고정관념을 비틀어 낯섦과 맞닥뜨리게 하는 미디어아티스트 박제성, 한국 고대설화를 소재로 유럽서 인기몰이 중인 추상화가 강임윤, 런던과 뉴욕에서 맹활약 중인 설치작가 김민애 등이 참여했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이 연 새해 첫 기획전이다. 다음 세대를 이끌 블루칩 작가들의 불꽃 튀는 `개성전`이기도 하다.
이데일리신문 | 2012년 02월 01일자 24면에 게재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18&aid=0002553154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384566599426256&mediaCodeNo=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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