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벗어난 운율…이미지와 노닐다
‘운율에 맞춰 춤을 추다’
전시관 한 쪽 모서리에 새하얀 대형 캔버스가 드리워 있다.
작가는 여기 실제 진흙 덩어리를 던졌다. 듬성듬성 진흙 파편이 얼룩진 캔버스 한 쪽 끝에는 ‘엑소더스-진흙시’라는 작가의 자작시가 적혀 있다. 공간에 펼쳐낸 진흙의 운율이 텍스트와 만났다. 조은지 작 ‘진흙 시(詩)’. 맞은 편에 걸린 종이에는 ‘mmm’ ‘ah’ 같은 의미 없는 의성어가 임의의 간격을 두고 프린트돼 있다. 같은 작가의 ‘The Language’. 통상적인 악보는 아니지만 관람자가 발음하며 리듬과 운율을 상상해볼 수 있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다음달 27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운율에 맞춰 춤을 추다’는 철저하게 언어의 영역으로 보이는 운율을 시각적 이미지, 또는 그것과 언어의 조합으로 환기시켜 보는 기획이다.
오선영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시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다”며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작품으로 전시 전체로 하나의 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선아의 ‘Untitled(Coins) I’은 동전을 구성하는 철, 아연, 구리, 니켈 등의 요소를 분리해 기하학적인 선과 도형으로 늘어놨다.
일상의 동전은 재화의 가치를 내포하지만 철저히 물질로 해체된 동전은 다른 상상을 자극한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공동작업 ‘It’s tough world in here’는 기괴한 가구와 오브제로 구성된 설치작품. 도자기 담배와 나무로 된 인공위성 등 겉보기에 연관이 적어 보이는 것을 한 공간에 펼쳐 독특한 울림을 자아낸다.
임희윤 기자
헤럴드 경제
2011년 2월 22일자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