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갤러리, Seoul
“삶의 여행이고 여행이 예술이다.”라고 말했던 정재철 작가는 2020년 8월,
장맛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 마지막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어쩌면 이 여행은 그의
말처럼 그의 작품세계에 있어 또다른 예술의 시작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
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번 여행은 그가 아닌 그를 사랑했던 이들이 모두 함
께 정재철의 새로운 예술 세계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 출발점으로 고 정재철을 사랑했던 선후배들과 제자들이 모여 그의 3
주기 전시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정재철은 1959년 전남 순천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이후 서울대학교 미술대
학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초기에는 나무라는 재료에 천착하여 그 가능성을
탐구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그는 1988년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조각계에
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이후 김세중 청년조각상(김세중 기념사업위원회), 오늘의
작가상(김종영미술관) 등 조각계의 주요한 상들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중앙미술대전의 부상으로 주어진 유럽 여행을 계기로 다양한 세계의
문화와 미술을 접했고, 또다른 작품 세계로의 변화를 꿈꾸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후 그의 작업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수행적 예술 여행인 <실크
로드 프로젝트>는 이렇게 아이러니하게도 순수조각의 명성으로 얻은 기회의 결과
물이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 지점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세상으
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의 유연성 때문이었습니다. 아마도 그가
순수 조각으로 막 얻기 시작한 작은 명성을 지키는 것에 급급했다면 <실크로드 프
로젝트>와 같은 형태의 작업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여행으로서의 삶
과 예술이라는 깨달음 역시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후 이어진 <블루오션 프
로젝트>는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동일선상에 있는 듯 하면서도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작가의 책무가 돋보이는 작업이었습니다.
“누군가가 기억하는 한 한 생명은 죽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인을 추모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남아있는 우리는 함께 모여 그의 사진과
작가노트 사이에 우리들의 작품을 하나씩 내놓고자 합니다. 그리고 함께 모여 그
를 추모하고 그에 대한 기억을 서로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http://www.keums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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