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_리프로스펙티브 Reprospective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_리프로스펙티브 Reprospective 

성곡미술관은 동시대 아트씬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듀오 작가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이하 &마스) 초대해 이들의 지난 15년을 돌아보는 리프로스펙티브 Reprospective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듀오 작가의 창의적인 작품처럼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이 담긴 프로젝트로서지난 15년간 세계 각지에서 열린 이들의 작품들을 다시 읽고 새롭게 재조명하는 전시이다&마스에게는 지난 활동을 총체적으로 돌아보며 향후의 방향성을 잡을  있는그리고 관람객들에게는 듀오 작가의 작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예술적 의의를 부각하는 기회가  것이다

 

 전시는 이미 제시했던 작품들과 전시 타이틀  기존의 작업을 재조합하고 편집한다는 의미에서 <리프로스펙티브Reprospective>라는 복잡한 제목을 가진다 ‘재생하다 Reproduce’ ‘회고하는 Retrospective’이라는  단어를 합성하여 <리프로스펙티브Reprospective> 탄생했다여기에 전시를 4개의 섹션으로 나누고 작업의 미술적문학적 요소들이 부각되도록 공간을 디자인하고 작품을 설치함으로써 이전의 전시들과 차이를 두고자 했다. 4개의 공간은 각각 다른 제목을 가지는데모두 &마스의 과거 전시 제목들이다예를 들어 <무감각의 Beauty of being numb> 2006 뮌헨에서 열린 전시이며<시스템의 목적은  시스템이 하는 POSWID: the purpose of a system is what it does> 2009 서울<낭만 결핍증Romance deficiency disorder> 2017 뉴델리그리고 <무아 자기도취no-ego ego trip> 2014 오클랜드에서 열린 전시이다이러한 ‘예술의 재생산’, ‘전시의 재생산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작업에 대한 단순한 외적 리터칭에 따른 형태의 변화를 넘어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려는 작가의 실험적 의지를 엿볼  있다

 

&마스는 주로 일상의 소품만화  캐릭터기억하기 쉬운 문구나 말장난대중문화 패러디 등을 작업의 소재로 삼아 예술이 일상 속에 침투하도록 시도하고근엄함과 심각함 혹은 신중함을 조롱하며억압되고 억눌린 욕망이 작은 틈새를 뚫고 방출되도록 한다이것은 예술 창작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오히려 무산시키며전혀 다른 맥락의 사물과 이미지대중적 코드들을 서로 결합하고 변형하여 독특한 메시지를 암시하고그것을 추출하고 찾아내도록 유혹한다여기에 수수께끼 같은 이들 작품의 제목도  몫을 더한다이러한 이유로 때로는 난해하고 어수선해 보이는 듀오의 작업 곳곳에는 이번 전시의 제목처럼 유머와 해학이 숨어 있으며동시에 살짝 비튼 일상과 대중문화 코드들이 넘쳐흘러 작은 미소를 짓게 한다예를 들어 작품 <파괴된 천재Genius Destroyed>(2010)에서는 세잔과 고흐가 작품 활동 무대로 삼았던 남프랑스 농촌의 포도밭에 현대의 대중적 완구와 인형거울 등을 제멋대로 배치해 놓으며장소와 시간사건의 불일치를 유발해 전통 고전극의 그럴법함에 대한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도록 시도한다한마디로 ‘전통 미술이나 ‘고급미술 대해 ‘이의제기 하는 것으로그것들이 품고 있는 가식과 모순을 드러내고자 시도한다&마스의 이러한 ‘이의제기 우리의 일상이 품고 있는 매우 인간적인 예술에 대한 친근감을 드러내기 위함인데이것은 바로 실재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한복판에 예술을 위치시키고자 함이다

 

 평론가가 지적하듯이 이들 작업의 특징은 이질적 요소들의 결합이다예술적 기발함과 일상의 평범함의 혼합조화 혹은 부조화처럼  시대의 글로벌리즘 속에서 어쩌면 당연하기까지  결합논리적인 것과 비논리적인 것의 공존전통적 예술에 대해 엿보기와 그에 대한 창조적이거나 파괴적인 재해석의 욕구시간적 불일치와 일치를 향한 무의식적 시도  &마스 예술 속에서 강하게 맞부딪치는   개의 모순적 가치들의 병존 현상이다그렇게 대상과 컨텍스트 간의 조화와 부조화혹은 충돌을 야기함으로써  대상의 숨겨진 모습과 의미를 드러내도록 시도한다따라서 &마스에게 예술 작품이란 주어진 의미를 처음부터 품는 것이 아니라상황과 장소시간에 따라 가변적으로 된다이들에게 작품이란 고정된 형과 의미를 지닌 기호가 아니라수시로 변할  있는 기호인 셈이다작품을 가변적인 기호로 보는 것은 2011  <열탕Hot Mill>에서도 확실히 드러난다한국의 온천이나 목욕탕을 표시하는 기호를 대형 간판으로 제작해 기존에 주어진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생산해내도록 고안한  ‘열탕 기호’  현대 미술의 본질적인 무의미를 깨닫게 한다진정 예술 작품의 존재가 참을  없을 정도로 무의미하고 가볍기 때문에 예술은 언제 어디서나 편재하는 존재가 되었으며어떠한 의미라도 새로이 부여받을  있게  것이다그렇다고 예술 작품이 예술가에게 종속되고 그로부터 의미를 부여받는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상황과 시대혹은 장소나 관람객에 따라 가변적인 예술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는 일종의 일상적 소비재가 되어 있을 따름이다그와 함께 예술가는 자신의 창작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작품 속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은 소비재로부터 생산자를 찾는 행위와 같을 것이다한없이 변화하고새로운 의미가 탄생하면서 다시  다른 새로운 의미에 자리를 내주는 무한히 열린 존재로서의 예술작품의 위상을 &마스는 <사건의 연속_완전 중립The Spiral of Events: Extremely Neutral> (2011)이라는 진정 해학적인 작품을 통해 실현한다여기서 작품은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언제나 실현되어가는 과정 중에 놓인 불완전한 존재이다그리고  의미 역시 함께 생성되면서 사라진다그러므로 여기서 예술은 파괴되면서 동시에 창조되며근엄함을 파괴하는 해학에 의한 일종의 ‘사고 Accident’ 셈이다&마스의 말처럼 “평범한 사물의 표면과 여러 사물이 빚어내는 형상들그리고 어떤 상황들 속에서 풍자적이며 개성 넘치는 한순간을 포착하는 생각할  있는 모든 상황을 상상하며기존의 사물들을 어떻게 새로운 개념으로 바꿀  있는지 고민하는 그래서 이제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하고보여주고자 고민하는 이것이 문제이다.” 

 

현대미술은 때로는 난해하여 대중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거나거창한 주제 의식으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선뜻 다가오지 않을 때도 있다마찬가지로 &마스의 예술은 기존의 예술적 관습에 익숙한 관객들의 눈에 다소 산만하고 낯설어 보일  있다이들의 작업은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온갖 잡동사니로 이뤄진 삶의  조각을 포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요란하나 경박하지 않고무겁지만 짓누르지 않는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위치한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작업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사진: 손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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