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실재 같은 허구들… ‘하와이에는 맥주가 없다’ 전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팀
실재와 허구 사이의 간극을 탐구하는 김나영+그레고리 마스의 작품. 아트클럽1563 제공
골프채에 조명이 달려 있고 나무의자에 지팡이가 꽂혀 있다. 벽면에 야자수 모양의 장난감이 붙어 있고 유리 수조에는 물과 물고기 대신 장난감 트럭이 놓여 있다. 거대한 3D 안경에 구식 텔레비전, 냉장고도 등장한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트클럽1563에서 28일까지 열리는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팀의 ‘하와이에는 맥주가 없다’전은 1960년대 독일 가요에서 따온 전시 제목만큼 내용이 모호하고 알쏭달쏭하다. 2004년부터 공동작업을 시작한 이들은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의 기획전에 단골로 참여해 주목받고 있으며, 현실과 허구 사이를 줄타기 하듯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업으로 상상의 힘을 일깨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물건을 이용한 조각적 표현, 회화, 사진 등으로 구성된 전시는 ‘일루전(Illusion)’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허구를 실재로 생각하다’ ‘속이다’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일루전’은 전시 제목에서도 암시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맥주가 없는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음을 애통해한다는 독일 가요의 황당한 가사는 착각과 오해의 실체를 잘 드러낸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예술의 본성을 일루전으로 규정한 뒤 ‘무지’ ‘진리의 부재’ 같은 의미에서 ‘내가 믿는 것이 틀렸다 하더라도 믿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한다’는 적극적 측면을 아우르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때론 장난스럽게 보이나 팝아트 네오다다 개념미술 미니멀리즘까지 다양한 미술사조에 기반을 두고, 영화나 소설 속 장면을 인용하는 등 의미심장한 개념을 숨긴 작업들이다. 암호를 해독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관객에게 무한한 해석의 자유를 허용하는 전시는 설명하기 힘들고, 너무 뻔하지 않아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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