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가 누군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시속 80km로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달리는 자동차의 문을 열고 내렸다.
나중에 왜 달리는 자동차에서 내렸느냐고 물어보니,
문득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문을 열고 나갔다고 하였다.
여기서 신기한 일은,
문주가 이 사건으로 하나도 몸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경아 Kang, Kyung-ah
강경아가 초등학교 6학년 즈음,
드레스를 입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한창 유행이었다.
강경아도 오랫동안 어머니를 졸라서 하나 사 입었는데,
운 나쁘게도 그때 학생들의 사치 풍조에 위기감을 느낀
학교 당국은 등교 시의 드레스 차림을 금지하였다.
그래서 강경아는 매일 학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곧장 드레스로 갈아입고, 동네 놀이터에 다른 드레스 차림의
친구들과 모여 해가 질 때까지 놀았다.
김순기 Kim Soun-gui
김순기가 니스 현대미술관장과 그 미술관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좀 일찍 도착하였다. 미술관 앞에 서 있다가
한 청년이 최신형 가와사키를 타고 오는 것을 보았다.
김순기가 별안간 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한번 타보자 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오토바이 운전할 줄 아느냐고 묻자
한 번도 안 해 봤지만 물론이지 하였다.
청년은 잠시 망설이더니 그의 새 오토바이를 내주었다.
이 오토바이로 신나게 출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김순기가 처음 운전한 오토바이는 그 즉시
미술관 앞에 나란히 주차된 차 중 하나를 들이받았다.
그 빨간색 스포츠카는 마침 약속 시각에 맞춰 미술관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던 미술관장의 새 차였다.
마사토 Masato Nakamura
마사토가 초등학교 다닐 때 개인 텔레비전을 하나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장장 6년 동안 동네우체국에 세뱃돈과 용돈을 꼼꼼히
저금하여 빨간색 소니 텔레비전을 한 대 샀다.
얼마 후에 마사토의 누나가 동경으로 공부하러 떠나게 되었는데
마사토의 텔레비전을 가지고 갔다.
그때 마사토는 저축이란 필요 없는 것이다 알게 되었다.
이불 Lee Bul
이불이 퍼포먼스를 시작한 무렵에 행위예술인들의 모임이
종종 있었는데, 그중 한 이가 종로의 대학로에 다방을 내고
있어서, 거기를 아지트 삼아 모이곤 하였다.
그해의 크리스마스가 돌아오자 파티도 여기서 하게 되었는데,
누군가 우리는 행위예술가들답게 가장무도회로 하자고 하였다.
그래서 모두 성탄전야에 가장하고 모이기로 하였다.
당일에, 집이 당시만 해도 시골인 경기도 원당이던 이불은
성탄축하 가장무도회 차림으로, 사람들의 주목 속에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파티장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다방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그 날 가장을 하고 온 이는 이불 혼자뿐이었다.
유재학 Yoo Jaehak
하루는 유재학이 차를 샀다고 하였다.
모두 그가 어떤 차를 샀을까 궁금히 여겼는데,
1톤 트럭이었다.
하루는 여럿이서 가라오케를 갔다.
모두 그가 어떤 노래를 부를까 궁금히 여겼는데,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임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였다.
하루는 유재학이 결혼했다고 하였다.
모두 그가 어떤 아가씨와 결혼을 했을까 궁금히 여겼는데,
그가 여행지에서 만난 거기 아가씨였다.
그레고리 Gregory Maass
그레고리가 어렸을 적 먼 친척의 농장에 놀러 갔다.
그 집 부엌에서 종이 위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렸는데,
그 동그라미가 하도 완벽해서 마치 컴퍼스로 그린 것 같았다.
그래서 당장 그 동그라미 그림을 먼 친척인 농장주인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영문을 모르는 이 친척 아저씨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김범 Kim Beom
평소 느릿느릿한 김범이 브루클린에 살 땐데,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가려면 두 블록쯤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그런데 김범은 언제나 지하철역 나와서부터 집까지 쌩
쉬지 않고 뛰어가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무서워서였다.
평소 조용조용 공부 잘한 김범이 고등학교에 다닐 땐데,
집에서 병아리를 키웠다. 그런데 공부하다 잘 안되면 자다가
일어나서 마당에 풀어놓고 한 마리씩 활로 쏘기 위해서였다.
신명은 Shin Myeung-eun
신명은이 어렸을 적 집에서 가게를 했다.
하루는 학교에 다녀왔는데 가게를 지키던 아버지가
볼일이 있어 외출하는 동안에 대신하고 있으라고 했다.
그래서 가게를 지키는 중 사람들이 와서 물건을 사 갔다.
아버지가 돌아와 뭘 팔았나 물어, 뭘 팔았다, 대답하니,
얼마에 팔았나 물어, 얼마에 팔았다, 대답하니, 아버지가 야! 하며
옆에 놓여 있던 망치를 들어 신명은의 머리를 때렸다.
신명은이 판 물건값이 신명은이 짐작으로 판 값과는 달랐다.
이상윤 Lee Sangyoon
이상윤이 미술대학을 다닐 때 하루는 꿈을 꿨는데,
자기가 어떤 할아버지를 통째로 먹는 장면을 보았다.
하도 그 장면이 생생하여, 다음날 학교에 가서 꿈에서 본
한 할아버지를 통째로 삼키는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나중에 이 그림을 본 친구들이
왜 할아버지가 입에서 나오고 있느냐고들 하였다.
길버트앤 조지 Gilbert & Georgio
길버트와 조지는 런던 부산식당의 단골이었다.
이 식당의 종업원은 이들이 미술계의 인사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러면 너희는 일주일에 몇 번 하느냐 묻곤 하였다.
길버트와 조지가 하루는 한국 외설 농담 책을 구했는데,
한국어를 모르므로 부산식당에 갈 때마다 이 종업원에게 책을 읽어
달랬다. 재미가 난 종업원은 조금씩 감질나게 읽어주는 것보다 책을
빌려주면 혼자서 다 읽은 후 재미있는 것만 추려서 얘기해 주겠다고
해서, 길버트와 조지는 책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책을 빌려 간 종업원이 얼마 후에 식당을 그만두었다.
Book title; 전설 Legends
production year: 1999
author: 김나영 Nayoungim
Book in Korean language
17x21cm, 40 pages, paperback
edition; 700
published by 아르코 미술관 ARKO Art Center,
for the show '99 한국 현대미술 신세대 흐름전: 믹서 & 쥬서
New Generational Tendency in Korean Contemporary Art 'Mixer and Juicer'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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