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The Last Summer



글, 기획: 김장언
Kim Jangun, normaltype.net

지난 7월 14일 나는 지상(紙上) 전시를 의뢰 받았다.
이것은 나에게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지만, 더위 때문인지 한번 해보기로 했다.
나는 언제나 작가들에 의해서 ‘기여된 이미지(contributed image)로만 이루어진 전시’를 생각했었다. ‘이미지’는 시각적인 어떤 것이면 된다. 사이즈가 규정된 디지털 포멧이라는 것이 요건이 될지도 모른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기여(contribution)’의 의미를 서로 발명하고 공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차원에서 작가와 큐레이터라는 공허한 관계를 재확인해 보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여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출발할 것이다.
‘이미지들은 우리의 전시에 기여되는 것이다.
전시는 물론 큐레이터의 것만이 아니다.
여기에서 각자의 혹은 공동의 기여(Contribution)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시 형식은 다수의 참여를 통해서 어떤 (정치 사회적) 목소리를 만들고자 할 때 고안하게 되는 전시의 형식이다. 예를 들어서 엽서나 A4용지에 어떤 이슈에 대한 반응을 표현하고 그것을 취합해 전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형식이 갖는 미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시는 이제 어떤 차원에서 이미 상정된 (정치적) 목표를 향해서 창조적 주체들을 동원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렇다면, ‘어떤 목적’을 지우고 끊임없는 대화를 위한 이미지의 기여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해 여름’은 끊임없는 대화를 위한 키워드이다. 이것은 시간과 사건, 기억과 의식에 대한 출발점이며, 주관성의 세계로 탐구하기 위한 서로 공유된 티켓과 같은 것이다.
여름이라는 상황은 말하지 않더라도 덥기 때문에, 육감적으로 우리를 주관성의 세계로 이끈다. 그리고 이 제목은 눈치 챘는지도 모르지만, ‘지난 해 마리엥바드에서’라는 영화에서 차용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프로젝트는 그다지 그 영화와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어쩌면 ‘모렐의 계략’과 더욱 관련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여름이며, 우리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대화의 시작에 참여한 작가는 다음과 같다(이미지 배열순).

정소영(고드름 I),
노재운(요코하마),
윤정미(지난 해 여름-어느 절에서),
조은지(lucky),
믹스라이스(어느 여름의 한낮),
옥정호(sports hero-by the sport),
이재이(No Title),
이윤호(Date),
윤주경(검은산),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Gregory Maass(The best neighbourhood),
정직성(지난 해 여름),
이주영(sudden encounter 2),
강영민(취급주의),
진시우(Untitled – Cold Blood),
김재범(Rise of Evil 부분),
권자연(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곽은지(그것은 뱀이었다),
남화연(hard times are over),
최선아(Composition M),
이슬기(IDO),
이미연(내일 날씨),
구동희(흐린날의 위상)

월간 미술 2010년 8월호 Monthly Art, The Art Magazine Wolganmisool
Aug. 2010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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