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포커스 Auto Focus, 2008

Auto Focus :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Nayoungim & Gregory S. Maass) 
신라 갤러리
2008. 10. 1. - 10. 22

 독일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공동 작업 전시「오토 포커스(Auto Focus)」는 미술과 현실에서 ‘본다’는 시각의 문제가 ‘분별하고 판단하여 아는’ 인식과의 관계 속에서 결여되거나 공백된 부분을 주목하게 한다. 이는 미술의 가장 기본적인 감각과 유희를 완고하게 억압해온 시각적 규범으로서의 ‘피상적인’ 조화를 극단적으로 무시함으로써 보고 판단하는 현실적 문제의 빠르고 능동적인 해방을 가능케 하고 그 틈을 벌리고자 하는 계기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2004년 이래 함께 해 온 이들의 공동 작업은 네오다다이즘, 플럭서스, 팝아트와의 적절한 관계를 맺는 동시에 개념 미술과 미니멀리즘 사이도 왕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모양이다. 말 그대로 자동 초점 맞추기를 뜻하는 이 전시에 출품된 작업들은 그 일부가 독일에서 제작되거나 두 사람의 협업 이전의 작가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개별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이미 다른 장소에서 제작되었거나 원전(original)으로서의 성격을 지닌 각자의 작업은 둘의 공동적 합의 아래 무차별적 착취의 감행으로 시작된다. 다시 말해, 독일에서 공동으로 제작되거나 혹은 협업과 별개로 김나영, 그레고리 마스에 의해 독자적으로 제작되었던 별개의 작업들은 공간과 시간의 이동 혹은 이탈을 통해, 한국에서 한달여 동안 체류하며 새롭게 구성하고 새롭게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들은 통일된 독일의 구동독이었던 지역 혹은 한국에서 사용되는 진부하고 평범한 일상적 재료들인 타일, 유리, 앵글, 스치로폼, 스누피 인형, 인형의 플라스틱 파편들, 모조 소파, 모조 똥 등을 잡다하게 뒤섞어 콜라주하고 설치하였다. 이들에게 있어 또다른 착취의 대상인, 통속적이며 대중적인 이러한 재료들은 신화였으나 무너져버린 예술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회고용 오브제들이다. 특히, 갤러리 내부에서 소리를 진동하며 회전하고 있는 <아스피린 타워>와 엘비스 프레슬리와 동일한 위상으로서 독일 내에서 통용되는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 인형을 테라코타로 구운 <프로이트>는 대체로 미술의 혹은 구동독의 규범적 이데올로기의 잔해와 어쩔 수 없는 그것들이 스며있는 현실의 경계 안팎을 넘나드는 감수성이 묻어난다. 19세기 말 독일에 의해 처음으로 제조되어 현재 세계 각국에서 알약형태로 소비되면서 진통, 해열, 소염제로부터 심장병, 뇌졸중 예방약, 암 예방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아스피린과 포스트 모던적 상황에서 실존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프로이트의 인문학적 위상은 금박, 스테인레스, 몰핀이기도 했던 백색의 약 가루와 같은 통속적 현실과 모뉴멘트적 골격을 이중적으로 지닌 채 결여, 공백의 어떤 부분을 향해 초점을 맞추고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장소와 실체는 없으나 존재하고 반영되는 킴킴 갤러리 Kim Kim Gallery를 운영하기도 하는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조각, 설치, 행위,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오가며 협업과 여러 프로젝트들을 수행해 나간다. 이와 같은 이들의 작업 제작 방식은 ‘불연속성’으로 특징지울 수 있으며, 관객은 비논리적이고 비서술적인 내러티브적 요소를 표면적으로 지니고 있는 이들의 작업에서 플롯을 찾아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것에는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바라보는 관객을 향해 자동 포커스를 맞추는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오브제들은 관객의 시각과 인식 사이의 틈을 벌리게 하고 이들의 작업 가운데에 새롭게 반영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규범과 이데올로기의 경직됨과 완고함이 강화하고자 하거나 왜곡되어 스며있는 미술과 현실, 그 가운데에서 유동적이고 유쾌함을 삽입하는 이들의 제스추어는, 프랑스의 플럭서스 작가 로베르트 피유(Robert Filliou)의 말처럼 미술은 인생을 미술보다 더 재밌게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글 김주원(미학, Cheongju International Craft Biennale 2009 큐레이터) 
월간미술 200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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