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속옷·땅콩버터 활용한 작품부터 전시장 안 ‘쪽방’까지…아르코미술관 《안티-셀프》

 2025. 8.22~10.26, 아르코미술관

중견작가 5인(팀) 작품 112여 점
강홍구,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김옥선, 김지평, 하차연 등


▲아버지의 속옷을 활용한 작품을 소개하는 그레고리 마스 작가.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미술 축제의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한발 물러나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작가들이 자기반영적인 물음을 던지는 전시가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아르코미술관은 기획초대전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를 오는 10월 26일까지 개최된다. 지난 21일에는 참여 작가들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작가조사-연구-비평을 포함하는 중견작가 지원사업과 연계해 기획됐다. 참여 작가는 강홍구,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김옥선, 김지평, 하차연 등이다. 전시는 작가 자신에 대한 비평을 통해 예술세계를 개진하는 중견작가의 궤적을 함축해 살펴본다. 

작가의 창작 과정에는 작업의 토대가 되는 매체, 자신을 둘러싼 시대적인 배경 등이 개입된다. 작가는 그가 사용하는 매체, 지나간 작업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작품으로 창작하기도 한다. 그 과정은 작가가 발 담그고 있는 전통적인 매체의 역사, 미술의 현장, 교육받았던 환경, 매체 특유의 전통적인 기술과 제작 등에 대한 비평과 반목이 동반된다. 매체는 단지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와 같이 재료, 도구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작품의 내용, 작가의 의도, 미술에 대한 관점을 포괄한다. 

전시는 회고적인 것, 시대착오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해 중견작가의 ‘오늘’을 말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자신이 활용하는 매체, 과거의 연작 등을 재구성한 작업을 선보인다. 

제 1전시실은 강홍구와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의 사진과 설치를 보여준다. 강홍구는 한국 미술계에서 작가 자신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질문하며 자신의 관점을 사진의 시선으로 드러낸다. <나는 누구인가>(1998) 연작으로부터 시작해 현재의 AI 기술 합성을 활용해 농담을 던지는 신작을 선보인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는 “오늘 나는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일 거야”라고 그들의 아티스트 북에서 말하듯, 다양한 출처와 유용성이 없어진 사물과 사건을 재조합하며, 현재적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시각언어를 갱신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두 작가의 첫 출간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레고리 마스는 전시장 한 켠에 놓인 출간물을 소개하며 “이 책을 통해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우리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땅콩 버터로 그린 그림이나 아버지가 입었던 속옷을 활용한 설치 작품 등 독특한 작품들도 있다.

작가는 “아버지께서는 여러 장을 사야 저렴하다고 생각하시며 같은 속옷을 수백장을 구매하셨다. 그래서 아직도 작품에 사용할 만큼의 속옷이 남아있다”라고 덧붙였다.

제 2전시실은 김옥선, 하차연, 김지평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옥선과 하차연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 이방인, 주변적 존재로 연대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두 작가는 ‘홈’으로 대변되는 집, 고향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다. 

김옥선은 영상 <홈>(2023)에서 디아스포라 여성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적 정체성이 변할 수밖에 없음을 개인들의 서사로 이야기한다.

하차연은 <스위트 홈>(2004)에서 떠돌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시적 정주를 퍼포먼스 영상으로 보여준다. 하차연 작가는 스스로를 “쓸모 없는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드는 작가”라고 소개한다. 전시장에서는 쪽방의 형태를 구현해낸 설치 작품과 영상 작품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김지평은 주류 동양화 담론에서 밀려난 전통을 발굴하고 배제된 전통, 즉 ‘재야의 이야기’을 펼쳐 보인다. 

아울러, 전시에서는 5명의 참여작가와 기획팀이 주고받은 <서신 교환> 책자를 통해 작업의 뒷 이야기, 코멘터리를 작가의 말로 들을 수 있다. <서신 교환>은 작가의 자기 변신 과정이 개인적 작업인 동시에 한국미술의 자장이라는 역사적인 시간대와의 교차를 의미함을 시사한다. 

전시와 연계해 아카이브라운지, e-리딩룸에서는 참여작가의 비평집, 아티스트북, 도록 등을 열람할 수 있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9월 5일(금) 아르코데이 연계 도슨트 프로그램과 9월 중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정병국 위원장은 “아르코 하이라이트전을 통해 아르코미술관의 대표 프로그램인 중견작가 기획전을 브랜딩하고 중견작가를 프로모션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전시는 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입장료는 무료다. 전시 및 프로그램 정보는 아르코미술관 홈페이지(www.arko.or.kr/artcenter/)와 공식 소셜미디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880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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