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2025년 하이라이트 기획초대전으로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중견작가 5인의 궤적을 통해 자기 비평적 질문을 되짚으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오래된 물음을 동시대적으로 갱신한다.
'안티-셀프'란 단순한 부정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나'로부터 이탈하여 새로운 '나'를 규정하는 변신의 서사다. 매체의 역사, 교육 환경, 미술 제도의 전통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재해석하며 자기 고유의 언어를 창안하는 과정은 자기부정이자 자기 재생의 역동이다. 이 지점에서 중견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동시대 한국미술의 좌표를 가늠하는 하나의 거울이 된다.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안티 - 셀프: 나에 반하여' 기자간담회 및 전시 투어가 진행됐다. 노해나 큐레이터의 해설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강홍구,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김옥선, 김지평, 하차연 작가가 참여했다. 1부에서는 5인의 작가의 대표작들과 전시 컨셉에 대한 소개에 이어 2부에서는 제1, 2전시실을 투어하며 각 섹션 별로 작가들이 직접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전시는 두 개의 전시실로 구성된다. 제1전시실의 강홍구는 오랫동안 '사진가로서의 나'를 탐구해 왔다. 그의 '나는 누구인가'(1998) 연작은 자기 존재를 질문하는 출발점이었고, 이번 전시의 신작에서는 AI 합성 기술을 유머러스하게 활용해 또 다른 자기상(像)을 제시한다. 이는 사진의 객관성과 주관성을 전복하며, 시대가 부여하는 정체성의 외피를 해체한다.
강홍구는 한국 현대 사진의 지형도를 새롭게 구축한 디지털 사진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사진을 단순한 기록 매체가 아닌 이미지 실험의 장으로 확장시키며, 회화적·디지털적 기법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사진의 '진실성'을 해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과연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가, 아니면 특정한 시각적 언어를 통해 재구성되는가. 강홍구는 이러한 질문을 유희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방식으로 제기하며,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생산과 소비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그의 사진은 흔히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익숙한 풍경 속에서 낯선 틈을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옆 전시에 놓인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의 작업은 "오늘 나는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일 거야"라는 선언처럼, 기존 의미를 잃은 사물과 사건을 조합하며 새로운 문맥을 구축한다. 이들의 설치는 반복과 변주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안티-셀프'의 방법론을 체현한다.
2004년부터 공동작업을 시작한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는 한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20여 년간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국제적 작가 듀오다. 이들은 언제나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반응하면서, 동시대의 문화적 양식과 사유의 구도를 탐구한다. 특히 이들의 작업은 '재배치(re-arrangement)'라는 독특한 방법론을 통해 의미와 무의미, 예술과 비예술, 지식과 비지식의 경계를 흔들어 놓는다. 이미 존재하는 사물이나 이미지, 혹은 사건을 다른 맥락으로 옮겨놓음으로써 새로운 이야기와 해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들의 설치와 조각은 종종 연극적이고 서사적인 연출을 띠며, 관객은 낯익은 오브제가 전혀 다른 풍경을 구성하는 장면을 마주한다. 이를 통해 두 작가는 끊임없이 '다른 나,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동시대 미술의 전위적 태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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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국미술계는 프리즈와 대한민국미술축제 등으로 가장 뜨거운 시기를 맞는다. '안티-셀프'는 이와 달리 과열된 시장 담론에서 벗어나, 오히려 회고적이고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지점에서부터 오늘을 묻는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전시는 중견작가라는 위치가 지닌 무게와 현재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결국 '안티-셀프'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는다. 대신 각 작가는 매체와 언어, 전통과 제도에 반하여 스스로를 갱신한다. 관객은 그 과정을 목도함으로써 자기 정체성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갱신되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다. 이 전시는 '나'라는 화두를 부정함으로써 오히려 그 질문을 가장 치열하게 사유하게 만드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아르코미술관 하이라이트 전시 '안티 - 셀프: 나에 반하여'는 8월 2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제1,2 전시실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결국 '안티-셀프'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는다. 대신 각 작가는 매체와 언어, 전통과 제도에 반하여 스스로를 갱신한다. 관객은 그 과정을 목도함으로써 자기 정체성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갱신되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다. 이 전시는 '나'라는 화두를 부정함으로써 오히려 그 질문을 가장 치열하게 사유하게 만드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아르코미술관 하이라이트 전시 '안티 - 셀프: 나에 반하여'는 8월 2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제1,2 전시실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 이용선 기자
- 입력 2025.08.21
출처 : 아트코리아방송(https://www.artkoreatv.com)
https://www.handmk.com/news/articleView.html?idxno=3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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