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셀프: 나에 반하여 / Undoing Oneself

 2025년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안티-셀프: 나에 반하여》

2025년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은 ‘비평’을 주제로 한다. 

비평지원 사업과 중견작가 프로모션 사업에서 출발한 전시는 작가 자신의 비평에 대한 전시로 마련된다. 강홍구,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김옥선, 김지평, 하차연 5명의 작가에 대한 매체, 시각언어, 작업의 방법론을 살피며, 자신의 토대가 되는 매체와 시대성을 참조하거나 반목하며 갱신해 나가는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한가지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질문, ‘나는 누구인가?’는 ‘나’로 돌아가 질문의 과정을 통해 나를 기억하고 정의 내리는 시도이다. 미술이론가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뇌동맥류를 겪고 난 이후 기억치료 과정을 통해 매체의 기억과 망각의 이중작용으로부터 새로운 매체로 이행되는 매체 작용에 대해 말한다. ‘자기 본질에 대한 가리킴’이라는 매체의 재귀성은 매체 그 토대로 돌아가는 운동이다. 이렇게 매체 자체에 대한 회귀, ‘나’를 반성하고 반영하는 끊임없이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새로운 ‘나’ 자신에 대한 정의, 매체의 재창안으로 이어진다. ‘나’를 갱신하는 작업은 작가 자신이 자리하고 있는 기원, 집, 전통, 국가, 기존 체제, 매체의 역사, 관습을 비평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또 다른 ‘나’로 나아가는 변신의 과정이자 동시대의 감각 안에서 나를 진술하는 일이다. 작가는 매체가 가진 역사, 시각언어를 토대로 하면서도 자기 변신을 보여주는 항해의 과정을 통해 동시대에 작가로서의 자신을 위치 짓는다. 그것은 넓은 바다에서 좌표를 잡고 항해하는 것과 같다. 
 전시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 여겨진 것이 새로움으로 도약하여 작품으로 거듭나고, ‘나’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나’로 정의되는 자기 진술의 과정을 살펴본다. 나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나라는 기원, 본질, 토대로 돌아가 비평과 검토 이후 재갱신되는 것으로써, 자기 변신은 비단 ‘나’라는 단일체에 국한된 작업이 아니다. 이는 개인적인 작업일 뿐아니라 작가와 관계하는 한국미술의 시간, 동시대라는 자장 안에서 자신의 좌표를 찾는 역사적인 시간과의 교차를 의미한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미술의 시간들, 미술시장과 다양한 이벤트들이 일어나는 9월, 유행의 시간 속에서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 유행의 시간대 안에서 한발 물러난 채 무엇을 감지해야 할까. 유행이 지나간 쇠퇴의 시간은 비로소 회고적인 것, 시대착오적인 것의 가능성을 알아차리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경험되지 않았던 ‘나’의 현재가 있다. 5인의 작가의 이러한 진술은 새벽의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나’를 향한 항해일 수 있겠다. 


전시소개
2025년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는 중진·원로작가를 조명하는 프로그램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비평 지원 사업과 중견작가 지원 사업 연계로 마련되는 아르코미술관의 하이라이트 전시이다. 강홍구,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김옥선, 김지평, 하차연 작가 5명의 매체, 시각언어, 방법론에 주목하여, 각 작가의 작업 토대가 되는 매체와 시대성을 참조하거나 반목하며 갱신해 나가는 작가의 궤적을 함축하여 살펴본다.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는 작가 자신에 대한 비평과 참조를 통해 예술세계를 개진하는 중견작가의 여정에 대한 전시이다. 전시는 시대착오적이라 여겨진 것이 새로움으로 도약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거듭나고, ‘나’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나’로 정의되는 자기 진술의 과정을 살펴본다. 나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나’라는 기원, 본질, 토대로 돌아가 비평과 검토 이후 갱신되는 과정으로, 자기 변신은 비단 ‘나’라는 개인에 국한된 작업이 아니다. 이는 개인적 작업일뿐 아니라 작가와 관계하는 한국미술의 시간, 동시대의 자장 안에서 자신의 좌표를 찾는 역사적 시간과의 교차를 의미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은 ‘나’로 돌아가 질문의 과정을 통해 나를 진술하고 정의 내리는 시도이다. 이번 전시는 끊임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나’를 반성하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며 정의하는 과정을 작가의 시각언어의 토대가 되는 ‘매체’로 바꿔 말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매체로의 회귀는 매체를 재창안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매체는 단지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와 같이 창작 유형의 분류, 물리적 토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시가 말하는 매체는 작가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 작가가 교육받았던 관습과 습성, 그 전통의 정통성, 매체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실제 창작 과정에서의 수공예적이고 기술적인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작가가 매체의 본질로 돌아가 이를 검토하는 작업은 작가에게 자신의 시각언어를 추동하는 원동력이 된다. 작가는 매체가 지닌 역사와 고유한 매체 언어를 토대로 하면서도, 동시에 매체를 재해석하는 변신 과정을 통해 기성의 문법과 시대에 반하고, 자신이 가진 토대에 반하며 ‘나’를 다시 현재에 위치 짓는다. 
작가가 한국미술의 자장 안에서 자신의 매체를 선택하고 작업하는 과정은 당대 미술을 둘러싼 작가의 판단과 비평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미술계에 대한 코멘터리가 되며, 한국미술의 역사적 흐름과 작가 자신의 관점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좌표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부분에 주목하여 전시에서는 작가의 항해와 정박의 기점, 그리고 미술에 대한 코멘터리를 5명의 참여 작가와 기획팀 사이에 주고받은 ‘서신교환’을 통해 풀어놓는다. 
유행의 시간대에서 한발 물러선 쇠퇴의 시간은 회고적인 것, 시대착오적인 것, 지나간 것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아차리게 한다. 쇠퇴의 시간에는 아직 경험되지 않은 ‘나’의 현재가 있다. 작가는 자신을 계속해서 정의 내리고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동시대의 형상이다. 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 나는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이하 김 & 마스)의 작업은 오래되고 유용성이 없어진 사물이나 과거의 어느 시점이 재조합되어 현재 맥락에서 재활성화된다. 이들의 작업은 조각적 물체와 사물을 재조합하는 형식뿐 아니라 미술사, 매체의 역사, 일상, 대중매체, 시각문화, 정신분석학, 종교 등 복합적인 연합이 일어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 이와 같이 김 & 마스는 자기 참조와 변신, 자기 정의를 끊임없이 지속하며 갱신하는 것이야말로 작가 주체를 설립하는 길임을 말한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는 갤러리를 표방하면서도 고정된 전시 장소 없이 기획과 동료와의 협업을 통해 연속적 사건을 일으키는 ‘킴킴 갤러리’, 아티스트 출판으로 미술의 구조와 체계를 전용하는 작업을 해왔다. 아티스트북 『설사』는 전시장에 놓인 김 & 마스의 작품을 연결하고 사물 간에 확장하는 세계들의 지표로 작용한다. 이 책은 정신질환과 창의력 사이, 피드백 루프와 살아있는 신체의 내외부, 자아-상태와 정체성, 수석과 핸리 무어의 구멍, 구멍 내기, 블랙홀, 공(空), 허(虛), 무(無), 자아-죽음 등 서로 다른 문화, 지식, 체계, 일상을 뒤섞고 연결하는 사유를 전개한다. 
이들의 개념은 단일한 오브제 개체에 머물지 않고 관계 사이에서 번영하는 세계를 접합해 충돌하게 만듦으로써 기존에 없던 다른 무언가를 창조하는 방식이다. ‘프랑켄슈타인화’, ‘사이코 빌딩’은 사물과 사물, 세계와 세계를 결합하여 재탄생한 창작물과 그것의 생산 방법론을 일컫는 개념으로 김 & 마스의 활동과 방법론의 실체를 정의한다.
김 & 마스는 자아는 홀로 정의될 수 없으며 관계에 의해 정의된다고 말한다. “오늘 나는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작가의 선언처럼, 작가와 작업은 정체되지 않고 사유의 흐름과 작업의 방법론에 따라 계속해서 차이로서 새로이 존재한다. 또한 어떤 주체도 절대적으로 유일한 정체성을 가질 수 없으며, 시대에 맞게 자신의 모습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9년 한국현대미술 신세대흐름전 《믹서 & 쥬서》(문예진흥원 미술회관, 현 아르코미술관, 서울)에 나왔던 출판, 전시, 열람 행위에 대한 작품 『전설』(1997-1999) 중 그레고리 마스의 에피소드가 편집되어 선보인다. 〈성층권의 성난 좀비들〉(2006)은 참조-재조합-변신의 과정을 거쳐 완결된 작품이 현재의 맥락에서 재구성된다. 사물 사이의 관계를 생성하는 과정과 작업 방법으로 제시하는 개념 ‘사이코빌딩’이 반영된 건축적 구조 〈그랜드 메탈〉(2025), 레디 메이드의 작품 원리와 기능 없는 건축 구조물에 대한 코멘트 〈시스-아트 토마손〉(2025), 신체의 구멍, 헨리 무어 조각의 구멍, 블랙홀과 무(無의) 개념을 한국의 토착적인 수석 장식과 겹쳐보는 〈수석〉(2024), 콧구멍의 신체 구멍과 후각-기억을 환기하는 드로잉 연작 〈코딱지 드로잉〉(2025) 등은 개별 작품인 동시에 서로 연결되어 세계를 형성한다. 


10 Sleazy Pieces, 2025
photos by 홍철기


작가 소개;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2004년부터 협업을 시작한 작가 듀오로, 한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20여 년간 활동해 왔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반응하는 조각과 설치 작품을 제작하며, 동시대 문화적 양식의 특수성과 생각의 구조를 지시하며 탐구한다. 작품의 지속적 재배치를 통한 서사적 연출을 방법론 삼아 의미와 무의미, 예술과 비예술, 지식과 지식이 아닌 것의 경계를 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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