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올댓아트 강예은
2019.05.23
한국인 김나영과 독일인 그레고리 마스. 동양과 서양이라는 전혀 다른 문화권에 속해있던 두 작가가 부부이자 예술적 동지로서 내는 시너지는 범상치 않은 작품을 탄생시킴으로써 빛을 발한다. 한자나 한글이 쓰인 바탕에 위에 전혀 관련 없는 영어를 꽉 채워 적어 넣는다거나, 국수 모양 조형물에는 동서양을 문화적으로 연결한다는 은유적 의미를 담는 식이다.
작품이 이렇다 보니, 다소 난해하고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주고,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 신선한 낯섦이 가미된 이들의 작품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움을 선사한다. 작가들 본인이 익숙하지 않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고, 하위문화에서 주류문화에 이르기까지 범위에 한계를 설정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들 작가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두 작가의 손길이 닿으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다. 이들의 작품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소품, 만화 캐릭터 등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이들의 첫 공동작품인 <양말 건조대 Sock Dryer>나, 구제 인형에 어딘가 어울리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입힌 <무아 자기도취 no-ego ego trip>를 비롯해 여러 인형을 활용한 작품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이들은 예술을 일상화시킬 수 있는 시도들을 꾸준히 해왔다.
기존의 작품을 살짝 비틀거나 패러디하여 전혀 다른 맥락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이러한 작업을 이들은 “핸드메이드 레디메이드(Handmade ready-mades)”라고 명명한다. 기존 사물이 가지는 외양과 도구성에서 벗어나 관습적인 사고를 뒤집는 이들 작가의 재미난 표현 방식이다.
또한 이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소품들을 한데 모아 그들이 조화를 이루고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했다. 특히 도라에몽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을 모아놓은 <네가 알아내라 You figure it out>이라는 작품은 단순히 이 작품 하나에서만 감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작품들에게까지 감상이 확장된다. 이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신선한 조합이 새로운 화학적 에너지를 주변에 발산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주변 작품 속에 화학 분자 구조 모형 키트를 배치해 놓았다. 이들 작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 미술의 메시지란 기술적,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한 영역(Domain)에서 다른 영역으로의 전이다(transfer). ...”
- 퍼블릭아트 인터뷰, 2013년 6월호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현실에서의 한계는 사라지고, 고정관념은 무너진다.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한데 모이기도 하고, 거기에서 오는 독특한 메시지를 찾아볼 수도 있다. 문화적 다양성에서 오는 다채로운 생각들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 작가의 작품세계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들의 전시는 제목만 봤을 때 어떤 전시 혹은 작품이 연상되는 전시가 결코 아니다. 심지어 제목과 작품을 알고 봐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뻔한 데서 오는 지루함이 없고, 낯설기에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이 이번 ‘리프로스펙티브’ 전의 묘미가 아닐까.
■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 리프로스펙티브>
전시 기간 : 2019.05.22 - 2019.06.30
전시 장소 : 성곡미술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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