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여성 미술제

 <99 여성 미술제> 열려… 페미니즘 관련 작품 총망라

이땅 사람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용어에 주목한 이후, 그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여성 작가들에게 작품으로 풀어내야 하는 공통의 화두로 떠올랐다. 남성적 시각이 지배하는 사회문화적 지형에서 여성적 시각을 갖는다는 것이 자기 정체성 찾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개별 차원에서 진행되던 그 작업들은 90년대 들어 하나의 지류를 형성했고, 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세기의 문화적 대안으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99 여성 미술제 ‘팥쥐들의 행진’>(9월4~27일·예술의전당 미술관·문의 02-3477-0346)은 여성 미술의 역사와 현재를 들여다보고, 미래의 모습을 예감하는 대규모 전시회이다. 여성으로서 예술 행위 자체가 쉽게 용인되지 않았던 조선 시대에서부터 여성 미술이 태동한 근대, 모더니즘이 풍미한 60년대 이후, 그리고 페미니즘에 눈을 뜨기 시작한 80년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성주의와 관련한 작품을 총망라했다.
이 전시회에서 주목할 점은 ‘팥쥐들의 행진’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견고한 남성주의·가부장 질서에서 ‘팥쥐’로 비친 여성 작가들이 지녀온 주체 의식이다. 페미니즘을 의식했든 그렇지 않았든, 여성 작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성 고유의 시각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예술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희 전시기획위원장은 페미니즘 미술을 ‘일시적 유행이나 사조가 아니라, 여성과 여성 미술이 타자로 각인되는 성차별 문화에 대한 인식론적 비판이다’라고 정의한다. 실존 의식을 갖고 정체성을 문제삼는 여성 작가라면 누구든 페미니즘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전시는 ‘역사 속의 팥쥐전’(역사전)과 ‘21세기 팥쥐전’(주제전)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역사전에서는 ‘조선 시대와 근대’ ‘여성 미술과 모더니즘’ ‘여성 미술과 현실’이 집중 조명되고, 주제전에서는 ‘여성의 감수성’ ‘여성과 생태’ ‘섹스와 젠더’ ‘제식과 놀이’ ‘집 속의 미디어’를 주제로 한 작품이 나온다. 역사전에서는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옛 작품들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으며, 주제전에서는 지금·여기에서 보이는 여성 미술의 다양성과 차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전에는 도록 또는 작품을 통해 신사임당에서 박래현·천경자를 거쳐 80년대 미술운동의 성과가 나와 있고, 주제전에는 김수자 양주혜 안성금 이 불 이 윰 등 중견·신인 들이 함께 참여했다. 전시 기간에 여성영화제 같은 딸린 행사가 열린다.

시사저널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89523

  • 成宇濟 기자  1999.09.09 



여성작가들의 페미니즘 미술-'99여성미술제…'

90년대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현주소가 궁금하다면 94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99 여성미술제 - 팥쥐들의 행진' 방문해보자.

1 역사전은 모더니즘과 민중미술이라는 가지 갈래를 중심으로 60년대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작가들이 소개된다.

'21세기 팥쥐' 라는 제목이 붙은 2 주제전은 여성의 감수성. 정체성 등을 작품 속에 치열하게 형상화해온 작가들 위주로 펼쳐진다. 이렇게 70여명의 현역 여성 작가들이 망라된 전시가 기획된 것은 드문 일이다.

주인공 콩쥐가 아닌 팥쥐를 전시 제목으로 택한 데서부터 전시의 기획 의도가 엿보인다.

기획위원장을 맡은 미술평론가 김홍희씨는 "항상 착하고 순종적인 콩쥐는 페미니즘 시각에서 보면 가부장적 체제에 순응적인 인물이다. 반면 팥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독립적 캐릭터다. 여기 소개된 작가들은 여성으로 살면서 여성의 시각에서 한국 현실을 주체적으로 해석하려 했다는 의미에서 팥쥐라는 은유를 사용한 " 이라고 말했다.

참여작가는 김수자. 황혜선. 김명숙. 박혜련. 배형경. 송현숙. 이불. 이윰. 윤석남. 홍미선 . 60년대 이전의 여성 미술, 조선시대와 근대의 경우는 전시 도록에 지상전 (紙上展) 형태로 정리된다.

전시는 페미니즘 비평을 주로 김홍희씨를 비롯해 오혜주.백지숙.임정희.김선희씨 등이 큐레이터를 맡았다. 올초 문예진흥원 우수기획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선민 기자 중앙일보 1999.08.30 


https://www.joongang.co.kr/article/3813524#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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