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enology



이영준의 책에 관하여
이영준은 기계비평가이자 이미지비평가로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해 왔으며, 2010년부터는 페스티벌 봄을 통해 자신의 집필 활동을 무대화 하는 퍼포먼스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저자가 독자와의 대화나 강연이 아니라 퍼포먼스의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것은 일견 생소해 보이지만, 이영준은 이미 기존의 저서 지면에서부터 이러한 퍼포먼스를 상연한 바 있다.
저자로서 이영준의 자기 무대화 전략이 본격화된 것은 그가 ‘기계비평’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워크을 창안하면서부터다. 이영준은 그 이전에 사진 비평가나 이미지 비평가로 활동할 때부터 ‘나’를 화자로 내세우며 비평의 객관성과 주관성 또는 거리 두기와 밀착하기 사이를 오가곤 했다. 그런데 기계비평가로서 이영준의 첫 저서였던 2006년의 [기계비평]에서는, 이 ‘나’가 거대 기계의 존재를 해설하는 화자의 위치를 넘어서 어떤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본인을 탐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저자가 “에필로그” 부분에서 정신분석의 어휘를 변용하여 본인의 유아기부터 “기계비평가가 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반추하고 있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책 전체가 다른 어떤 기계보다도 이영준이라는 기계를 이리저리 작동해 보고 관찰해 보고 비평도 하면서 그 정체를 탐구/구성해 보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해도 아주 과장은 ㄹ아니다.
이것은 공학적 관점이 아닌 어떤 비평적 관점에서 기계에 접근한다는 것이 독자들뿐만 아니라 저자 본인에게도 생소한 일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그 좌충우돌하는 접근 과정 자체를 일인칭 시점으로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저자와 함께 비평의 신 영역을 탐사하는 느낌이 들게 하자는 단순한 수사법적 판단의 결과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출간된 이영준의 이미지 비평 계열 책들과 기계비평 계열 책들을 비교해 보면, 전자가 이미지와 그에 대한 비평을 전면화하는 반면 후자는 어김없이 기계와 그에 접근하는 비평가를 전면화한다. 이를테면 2012년 출간된 [페가서스 10000마일]은 ‘컨테이너선 페가서스와 (겁없이) 그에 덤벼든 기계비평가 이영준의 대결’을 보여주고, 같은 해 나온 [기계산책자]는 기계비평가보다 좀 더 폭넓은 의미에서 “기계산책자”를 ‘21세기가 낳은 새로운 유형의 인간’으로 선언한다.
여기서 책은 자가 생성 중인 이영준=기계비평가의 공개 시연장으로 나타난다. 그 속에서 시연되는 것은 단순히 기계를 비평하는 인문학적 방법이나 그 결과가 아니라, 세계 전체를 상호 연합된 기계들의 아상블라주로 접근하는 기계비평가라는 기계다. 그것은 단안(單眼)적인 순수 시점으로 환원되지 않는, 그 자체가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내외부 프로그램들이 복잡하게 중첩되어 돌아가는 하나의 블랙박스로서, 한편으로는 투명한 완성을 꿈꾸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블랙박스 상태의 유연성을 만끽한다. 바로 이 기계비평가가 페스티벌 봄 2010년 공연 [조용한 글쓰기]에서는 필자로서 무대 위에 오르고, 뮤즈S 및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와 공동 기획한 2012년 공연 [라면 앙상블]에서는 “비평과학자”라는 가상의 직함을 달고 가상의 과학 ‘라면학’을 소개한다.
책 속에서는 기계비평가가 스스로 비평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결국은 저자가 자기 얘기 하는 것이지만, 공연 무대는 다르다. 관객의 시선은 기계비평가를 철저하게 대상화하고, 그가 그려보이는 세계의 풍경 속으로 흔쾌히 들어와 주지 않는다. 그것은 저자에게 매우 가혹한 환경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영준은 무대 위에 올라 기계비평가의 이미지가 되는 것, 자기 자신의 패러디가 되는 것을 서슴지 않으며, 심지어 그 이미지를 입고 다시 책을 만든다. [라면 앙상블]의 도록이라 할 수 있는 [라면학]을 보면, 이영준이 기계비평가이자 “꿀벌과학재단 이사장”으로서 투고한 “라면이라는 프로그램, 혹은 블랙박스”라는 글이 맨 첫머리에 들어 있다. 라면에 대한 기계비평적 접근의 필요성으로 출발하여 라면과학의 가능성을 선언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 멀쩡하게 이상한 글은, 아주 약간만 편집되어 [기계산책자]에 “비만 문제에 대한 기계비평적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재수록되었다. 기계비평가 이영준과 ‘비평과학자’ 이영준의 거리는 무서울 정도로 가깝다. 이것은 기계비평가의 허구적 속성을 은밀히 폭로하는 것일까, 아니면 허구적 도플갱어와 대면해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견고해진 기계비평가의 자기 과시일까? 어느 쪽이든, 독자로서는 기계비평가 이영준의 다음 ‘퍼포먼스’를 기대하게 된다. (윤원화)
이영준 외, [Ramenology 라면학], 서울: 미디어버스 출간, 2012
http://artfolder.saii.or.kr/?p=442

Ramen ensemble is a holistic theatrical science essay about the ubiquitous instant noodle, also known as Ramen. Korea is a top consumer of Ramen worldwide, with a staggerings 80 units per head, per year. The spectacle analysed the underlying social symbols, public rituals, and scientific facts, as an unconventional amalgam of parody, science, and emotion.
The project was approached as a scientific spectacle, creating a scientific artwork about the theme of the instant noodle.
Scientific demonstrations were common public ritual in the age of enlightenment. 


Kim Kim Gallery invested collaborative research with scientists and art critique who doubled as scientists/actors/show master on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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