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남성성'에 대한 분석: 라면 앙상블



'라면의 남성성'에 대한 분석

'라면 앙상블', 3월 28-29일 양일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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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3월 27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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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앙상블’이란 공연이 3월 28-29일 ‘국립극단 백승호장민호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이 작품에는 이영준, 김나영&그레고리막스가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와 인문·사회·예술 분야 간 상호교류 및 다학제적 융합 활동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울대학교 그룹 뮤즈S도 이번 공연에 참여해 협업작업을 했다. 연출가 김나영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라면 앙상블’ 공연의 특징에 대해 말해 달라.

"‘라면 앙상블’은 라면을 소재로 한 융합공연으로 ‘과학’에 좀 더 집중된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서양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실험을 대중에게 시연했다. 과학 퍼포먼스인 셈이다. 이 작품 역시 과학을 공연예술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이다. 시각적인 현대 미술적 요소를 매개로 무대 위에서 과학실험을 재연하려는 실험적인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 공연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라면 앙상블’은 라면의 과학이 아니라 라면의 사회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공연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라면의 남성성’에 대한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남자들에게 '라면이 언제 제일 맛있었냐?'라고 질문하면 '군대 있을 때'라고 대답하곤 한다. 광고에서 보여주는 라면의 모습과는 달리 대량으로 소비될 때 가장 맛있다고 기억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공연에서는 건설 현장이나 군대와 같이 남성들이 집단으로 라면을 대량 소비할 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시각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 라면의 사회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고 했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공연에서는 뇌과학자, 생화학자, 행동생태학자가 나온다. 뇌과학자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과 라면의 시각적인 정보를 근거로 디자인된 자극원을 사용하여 집단적으로 라면을 섭취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밝히고, 생화학자는 라면이 대량으로 조리되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남성 호르몬 작동 기제와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행동생태학자인 경우에는 게임 이론을 도입하여 라면을 통해 남성이 얻는 효용의 크기를 개인적인 면과 전체 집단적인 면을 분석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 ‘라면’을 소재로 융합공연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라면은 일상적인 식품이다. 고급스럽고 어려운 과학과는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좀 유치하기도 한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엄한 과학이 아닌 재기발랄한 과학을 보여주고 싶었다. 뿐만 아니라 라면은 천대받는 음식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선택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80개의 라면을 소비하는 라면 공화국이지만 화학적이고 인공적인 식품이어서인지 음식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라면은 사회적, 과학적 상징을 담고 있다. 이런 얘기를 관객과 풀어보고 싶었다."

- 미술적 측면에서 시각적인 요소가 공연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가.
"라면과 과학, 라면과 예술, 예술과 과학의 경우 서로 버무려지기에는 좀 엉뚱하다.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마치 바다 위에 각각 떠 있는 섬들과 같다. 미술적 요소는 섬과 섬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선 스크린 3개로 멀티채널을 구성하여 다른 형식의 이미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라면이 아닌 다른 이미지들이다. 이것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것은 관객의 몫인 셈이다."

- 공연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좋았던 점은.

"모두가 공연에 경험이 없다 보니 ‘라면 앙상블’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제를 찾고 준비하는 과정이 보람됐다. 또한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모여서 하니까 서로의 생각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서로 다른 분야가 모여 하나의 융합 공연을 하려고 하니 분야들끼리 간극이 생기기는 했지만, 이런 부분이 더 재미있었다. 작품의 공간을 채우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즐긴 셈이다."

- 앞으로 융합공연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

"이 작품은 시각적 요소를 매개로 과학을 공연예술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과학 퍼포먼스이다. 현재 이런 공연은 우리나라에서 초기 단계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긴 했지만 현실성을 따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공연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또 다른 공연의 세계를 경험했다. 좀 더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라면앙상블’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난 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구상을 해볼 생각이다."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2.03.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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