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Interview with Sunyoung Oh
독립큐레이터 오선영 인터뷰
경기 문화 나루 2011년 9-10월호
bimonthly culture magazine Culture Naru

경기창작센터 입주 작가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인터뷰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작업은 언뜻 보기에 단순한 조각 작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요소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꽂히는 이야기와 대상에 집중한다. 만화 캐릭터 인형, 조립식 인형, 오래된 가구, 시장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변형시켜 작업에 등장시키거나 영화나 소설 등에서 발견되는 대상이나 이야기, 유명한 철학가들의 말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각색하여 작업에 인용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작품에 내재되어 서사적 구조를 이루는데 그들의 작품을 보는 것은 마치 만화책을 읽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일상 속 태도와 그들만의 특유한 어투와도 일치한다. 다음 몇 가지 질문들을 통해 그들이 작업을 하는 방식과 보이는 방식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1. 두 분은 언제 어떤 계기로 함께 활동하기 시작했나요? 그리고 첫 번째 공동으로 보인 작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1990년대 프랑스 파리 국립학교에서 만나 2004년 독일에서 결혼했습니다. 협업을 하자고 정했다기 보다, 결혼해서 같이 있으니 같이 일하게 된 경우입니다. 첫 공동 작업은 2004년 스위스 바덴에 있는 쿤스트라움 바덴 (Kunstraum Baden) 단체전 ‘I HAD A DREAM’ 에서 보였던 목재 ‘Sock Dryer’. 당시 목공실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 있어서 그레고리가 시작한 작업에 나영이 자연히 집중하게 되었지요.

2. 함께 활동하시기 전 두 분은 각자 어떤 작업을 하셨었나요? 그리고,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나영은 이전에 조각을 했고, 지금도 조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레고리는 이전에 드로잉과 조각을 했고, 지금은 조각과 드로잉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한테 작업 또는 커리어는 야심 찬 계획, 실행이 아니라 공생관계입니다. 협업이 우리 작업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면 더 빨리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인 듯 합니다. (하하. 올림픽의 모토와 같나요? 더 빨리, 더 멀리인가요?)

3. 두 분의 작품은 위트 있고 패러디적인 요소들, 키치적이면서도 미니멀한 작업 형태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성격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복합적인 성격은 단순 명료하게 떨어지는 작품 이미지를 통해 내부에 존재하는 이야기 중심적인 서사구조를 개념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두 분의 작업들이 과거 미술사조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이야기되는지, 또한 그것들이 동시대 현대미술에서 어떤 방식으로 변형되어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교육을 꽤 잘 받고 문화적인 관계로, 미술사의 여러 사조의 영향과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빨리 보면 네오 다다, 플럭서스, 팝아트에서 개념미술, 미니멀 미술 에 이르기까지, 쉽게 혹은 싸잡아서 쓴다고 할 수 있겠네요. 누구라도 속한 사회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실현하고 있음을 상기해 봅시다. 미술사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넌센스 구분하기, 추한 것과 바보 같은 것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하는 것. 사실 미술사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영감이 사방에서 옵니다. 싸구려 문화, 다른 작가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문화에 대해 고, 저, 싼 것, 비싼 것, 유명, 무명 등의 통상적인 구분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합니다.

4.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이미지들은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설명 없이는 작가가 의도했던 내용을 정확하게 알아채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작품을 보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필요하다면 작품이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나리자에 대한 설명이 뭐가 있으며, 필요한가요? 그리고 작품을 설명하거나 이해해야 한다는 전제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작품이 관객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사실 보이는 이미지로만 볼 때 애매한 점이 있을 수 있는데, 실제 설치 작업을 보면 이런 점을 고려해 노력을 하므로 꽤 선명한 편입니다. 특히 여러 도시에서 장소 특정적(Site-Specific)인 작업도 하고 있어서 전시장을 방문하는 그 지역사람은 잘 알수 밖에 없지요. 네델란드 전시를 대만에서 보면 아무래도 문화 배경이나 설정이 다르니 놓치는 부분이 많을 거구요. 우리 둘이 문화적인 배경이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고, 관심 분야를 공유하면서도 다른 것도 꽤 많아서 관련 내용(reference)이 많습니다. 관객을 고려하기 이전에 우리 사이에서 얼마나 소통이 가능해 작업이 되는지가 관건이죠. 이렇게 완성된 작업은 관객과의 소통에 이미 준비가 된 상태겠지요.

5. 장소의 이동과 함께 다른 문화적 태도를 수용하고 새로운 공간과 변화된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고 장소적 맥락을 읽어내는 것이 전시할 작품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 또한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으로 읽혀집니다. 이전 작업들을 새로운 전시 공간에 다시 끄집어 내고, 재배치하여 보일 때는 어떤 의도와 내용으로 링크되는지 궁금합니다.

뭐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으나, 주어진 조건에 적응하고 실용적인 방법을 찾는것이 결과적으로 관계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오사무 테츠카 (아톰을 그린 만화의 신)는 300여권을 그렸는데, 각 만화가 다루는 내용과 배경이 다름에도 종종 다시 등장하는 인물들이 여럿 있는데 이런 캐스팅 개념(star system)도 됩니다. 뜬금없는 등장이라기보다는, 테츠카 작업세계를 동고동락하며, 관객과의 유대를 만드는 독특한 역할을 합니다. 만화 캐릭터로서만이 아니라 테츠카 작품 전체-작가-관객을 지속적으로 따르고 있는 셈이지요.

6. 이번처럼 한국에서 오래 머물면서 다양한 활동을 보이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두 분 작업을 국내에 소개하고 이해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좋은 활동들 많이 지켜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참 좋았습니다. 이 시간 동안 느낀 한국 미술계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친구도 많아졌고, 일하는데 경제적으로 물리적으로 장점이 많습니다. 한국 미술계의 인상이라면, 예술의 기본일 “자유롭거나 개인적이지 않다”와, 상업적인 경향이 강한 한편 최고의 작품을 보기 힘들다 정도입니다.

7.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요즘 예술가들의 인생 같습니다. 특히 발을 땅에 디디지 않고 사는 우리의 경우는 더 하구요. 매일 다르고 창의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을 실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인생인 듯합니다.

8. 마지막으로 두 분이 하시는 킴킴갤러리(Kim Kim Gallery)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킴킴 갤러리는 2008년 우리가 창립한 갤러리이자 미술작업입니다. 킴킴 갤러리는 일정한 화랑의 공간 없이, 독립적인 기획에 따라 다른 장소와 전시형식을 시도하면서 현대미술의 구조에 개입합니다. 오늘날 미술과 사회의 관계 변화에 대한 실용주의적인 접근으로, 기존의 전시 방법과 미술의 경제 구조에 질문을 하고, “비정규 마켓팅 Unconventional Marketing” 전략으로 그 해결점을 찾고자 하며, 이에 따른 독립성과 효율성을 지향하는 것은 우리 작업의 맥락과 상통하는 것 같네요. 2008년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에 우리 개인전으로 초대를 받았을 때 개관전을 한 이후에, 베를린, 대구, 서울 등에서 전시를 했고 마케팅 퍼포먼스, 살롱 (강연과 공연), Schaulager(쇼우룸) 등의 행사 등도 이어지고, 그리고 금년에는 아트 페어에도 참가하는 등 갤러리로서의 내용과 모양새는 갖추고 있는 듯 합니다.
Kim Kim Gallery의 한 전시 제목인 If It Works It’s Out of Date는 (라틴어로 Absolutum Obsoletum) 경제학자 앨리슨 비어(Allison Beer)의 이론에서 빌어 왔는데, 여기서 던지는 재미있는 질문들: '모든 것을 기능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어떻게 문제없는 생산을 할 수 있을까?', '기업이나 사업이 어떻게 완벽하게 기능할 것인가?' 입니다. 이 연구의 결론은 "모든 것이 동시에 잘 될 때에는 이미 첨단이 아니다.”인데, 이것이 Kim Kim Gallery 활동의 기본 전제가 되기도 합니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최근 POWR MASTRS: Lounge Project, 아트선재센터, 서울(2011), THE EARLY WORM CATCHES THE BIRD, 공간 해밀톤, 서울(2010), THE BEST NEIGHBORHOOD, Art Osaka, 오사카, 일본(2010), SURVIVAL OF THE SHITEST, 3 bis f lieu d’art contemporain, 액상프로방스, 프랑스(2009), YOU GOT TO BE LIKE WATER, Ox warehouse, 마카오(2009), AH, SORRY… MY LEG… WAIT… OOH, THAT’S BETTER. WHERE WAS I, Le Bureau d’Art et de Recheche, 루베, 프랑스(2009), OH, BABY I LIKE IT RAW, Stadthaus Museum Lichtenberg,베를린, 독일(2008), DON’T HASSLE THE HOF, Galeie du Jour Project Room, 파리, 프랑스(2008) 등 다양한 나라의 도시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보였다. 김나영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 그레고리 마스는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 파리 조형예술 인스티튜트, 네델란드 얀 반 아이크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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