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일지 The Logbook
























June 10 - Sep. 3, 2006
Youngeun Museum of Contemporary Art

한국 현대미술의 항해일지 
● 21세기, 우리네 삶의 환경은 보다 첨단화되고, 복잡화되었을 뿐 아니라 그 변화의 속도 또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시대적 환경은 곧 동시대 미술의 근간을 형성하는 요인이자 이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마치 바다 위에 뜬 돛단배가 바람과 파도의 힘을 빌어 앞으로 나아가듯 사회문화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최근의 한국 현대미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파른 지형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이른바 세기말이었던 90년대가 해체와 다양성 수용을 위한 숨 돌릴 틈 없는 거친 풍랑기였다면, 2000년대 즉 최근에 들어서는 이를 반성하고 수정하여 앞으로의 순항을 대비하는 조정과 정비의 시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 다매체의 일반화, 형상과 서사성의 회복, 장르의 해체 등은 모더니즘 이후 현대미술의 전반적인 양상으로 자리 잡아오고 있다. 설치, 미디어 아트, 디지털 아트, 사진, 극사실, 네오팝, 한국적 회화의 부흥 등은 마치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현대미술의 제 양상을 벼락치기로 섭렵하듯 특정 양식의 단기적 유행이 거듭되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위에 뜬 부표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표 내지 변화의 양상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다층화를 위한 사전과정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영은미술관의 이번 전시 <항해일지, THE LOGBOOK>展은 이렇듯 다양한 양상과 담론이 혼재하며, 또한 분명한 징후적 조짐을 내포하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를 보다 다각적으로 조망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평면, 설치, 영상, 조각, 사진 등 거의 모든 매체와 양상을 망라하는 26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약 60여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나아가 이번 전시에는 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대체적인 양상이 한 전시공간에 모여 있다. 그리고 이렇듯 다양한 작업 형태들은 유물화된 산물이 아니라 엄연히 우리 시대에 창조된 현재적 미술현상으로서 전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작품들이 내재하고 있는 물리적 시간의 심급이 갖는 차이는 어떻게 표면화되는가? 앞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다매체, 서사성, 장르적 경계의 해체 등은 각각의 양상들을 관통하고 있는 변화의 핵(core)이다. 그리고 중심의 설정과 그것을 향한 수직적 논리 전개에 기반한 근대적 의미체계에 도전하는 현대미술의 주요전략이 곧 추동의 동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 모더니즘의 연장선에 서 있는 김기린의 모노크롬 회화와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작업을 개시한 영 아티스트 박미나의 서사와 형식적 사유의 경계에 서 있는 이른바 포스트 모더니즘적 작업은 각각의 시대적 거리에 따른 분명한 상호 대척점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호수의 양편에서 발을 담근 두 연인이 물리적인 거리에도 불구하고 한 호수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위의 두 양상 간에 존재하는 분명한 시간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양자 모두 한 호수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점이다. 이 호수는 바로 끊임없이 생동하고 있는 우리네 삶에 다름이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참된 예술성을 구현한 작품은 작품이 나온 시대의 심원한 노력들의 산물이다. 진정한 예술적 형상화의 내용과 형식은 발생의 토대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게오르크 루카치(Georg Lukacs)의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 결국 이번 <항해일지, THE LOGBOOK>展을 통해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의 항해일지 작성을 시도하고자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적 삶의 양상에 대한 항해일지 작성의 시도와 다르지 않다. 전시장을 돌며 26명에 이르는 작가들의 저마다 다른 물리적 시간의 심급과 양상을 내재하고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동안 우리시대 삶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기획/글 큐레이터 윤두현
http://blog.naver.com/yoonduhyun?Redirect=Log&logNo=40099734214



<서울 삼청동 빔 갤러리 리노베이션 공사기획안>, 2002
Gallery Biim Project,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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