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요일

Art Log: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




 2004년부터 공동작업을 해 온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Gregory Maass). 

난 20년간 예술가로서 그들의 행보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마련된다.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Paranoia Paradise)>는 그간 전방위적으로 펼쳐졌기에 오히려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했던 이들의 작품세계를 더 세심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조각이나 회화 작업부터 대규모 공공 설치까지, 프로젝트형 갤러리를 운영하거나 전시를 기획하고 

출판, 커뮤니티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이어왔던 그들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

60여 점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한 여성과 독일 남성이 프랑스 파리의 에꼴 데 보자르

(Ecole des Beaux-Arts)에서 교차하며 시작되었던 그들의 만남은 곧 문화적

다양성으로 이어지며 지금의 작업을 만들어 왔다. 과거와 현재가, 동양과 서양

이, 상투적인 것과 고급 예술이 교차하며 만들어 내는 특징은 문화적 합종연횡

의 결과를 보여준다. 또한 시공간적으로 출처가 먼 것을 조합하여 부조화를 조

장하거나 때로 희화화를 통해 불경함을 초래하는 행위는 흥미와 함께 불편함이

라는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혼종과 그로테스크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작가들은 여기저기서 수집한 사물과 아이디어를 일부 떼어 와 재조립해 만

드는 기이한 작업 방식을 ‘프랑켄슈타인화(Frankensteining)’와 유사한 것으

로 설명한다. 공원에 버려진 헬로키티 조형물을 주워 와 부활시킨 <반야 키티

(Kitty Enlightenment)> 또는 번아웃과 도자기의 연소 과정을 연관시키며 담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

배꽁초나 팩맨(PacMan),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의 얼굴 등을 병치

한 <작업실에서의 힘든 하루(A rough day at the workshop)>(2022)로 완

성한 것이 그 맥락이다. 다양한 재가공의 방식을 통해 문화적 대상을 새로운 문

맥 속에 삽입하고, 이를 통해 저자성과 독창성의 개념을 깊이 있게 재검토하는

김 & 마스. ‘포스트프로덕션(post production)’의 맥락으로도 이해되는 그들

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는 2025년 2월 2일까지. 

퍼블릭 아트 Public Art, 2024년 12월호

https://m.artinpost.co.kr/product/contents.html?product_no=5163&cate_no=29&display_group=1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가 만드는 무구한 세계

 https://www.vogue.co.kr/2024/11/27/%ea%b9%80%eb%82%98%ec%98%81%ea%b3%bc-%ea%b7%b8%eb%a0%88%ea%b3%a0%eb%a6%ac-%eb%a7%88%ec%8a%a4%ea%b0%80-%eb%a7%8c%eb%93%9c%eb%8a%94-%eb%ac%b4%ea%b5%ac%ed%95%9c-%ec%84%b8%ea%b3%84/?utm_source=naver&utm_medium=partnership

조각, 회화는 물론 대규모 설치 작업을 이어온 작가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일상은 질문과 은유로 가득하다. 그들의 공간에서 금기시하는 주제는 없다.




2004년부터 공동 작업을 이어온 설치미술 작가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Gregory Maass)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작업실 겸 집으로 향했다. 내년 2월 2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선보이는 전시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Paranoia Paradise)>의 설치를 막 끝낸 이튿날, 인터뷰 약속을 잡은 터라 설렘과 걱정이 오갔다. 양평으로 향하는 길, 길게 펼쳐진 강은 한없이 잠잠했고 다채로운 주제, 장르, 소재를 아우르는 작가에게 던질 질문만 복잡하게 머릿속을 떠돌았다. 이윽고 도착한 집 앞, 주차하기에 앞서 김나영 작가가 2층 창문을 열더니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혹여 피곤하지는 않을지, 작업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을지 걱정한 마음 모두 기우였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두 사람은 천진했고 인터뷰 질문의 안팎을 아우르는 선문답을 던지곤 했다. 이따금 명료한 대답보다 생각해봄직한 주제, 방향을 제시하며 대화 속 리듬을 만들어냈다. 인터뷰를 끝내고 그들의 집을 둘러보는 순간, 함께 나눈 대화처럼 다양한 문화와 생각, 공존하는 예술이 눈에 들었다.

이번 전시 출품작이 60점이나 되더군요. 설치를 끝내니 홀가분한가요?

그레고리 만감이 교차하죠. 그래도 이제 손을 떠났으니 후회는 없어요.

나영 그럼에도 설치가 끝나면 남의 일인 양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업하는 동안의 감각은 남아 있는데 부가적인 생각이나 걱정은 없어요.(웃음)

럭셔리 아이템으로 가득 찬 에르메스의 지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일상적인 물건, 키치한 오브제 등으로 만든 작품이 들어서니 이질적이더군요. ‘이런 패러독스 자체가 예술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편집증의 파라노이아, 천국의 파라다이스가 맞닿은 전시 제목부터 모순적이더군요.

그레고리 은유적인 표현 방식이라 말하고 싶어요. 사고하고 행동하는 삶 곳곳에 은유가 녹아 있죠. 예를 들어 “시간은 금이다”라는 표현처럼요. 우리는 말장난을 참 좋아해요. 어쩌면 이런 말장난 역시 창의적 작업의 일부일 수도 있겠고요.

나영 작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피하는 편이죠. 전시를 이끈 안소연 디렉터도 전시 소개 글에 썼는데 우리가 다룬 “다양한 모티브와 재료가 규정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방대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우리 스스로도 뭘 하는지 알기 어려워요. 삶을 규정하기 어렵듯, 우리가 하는 예술도 비슷합니다. 은유적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죠.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라는 타이틀은 서로 다른 주제의 충돌이자 연결이에요. 우리는 뜬금없는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있어요. 도예와 담배, 키치한 만화 피규어와 철골 프레임처럼 낯선 것들을 작품으로 연결하죠.

전시에는 해부학, 건강 관련 작품도 다수 있더군요. 보편적인 현대미술 작품이 정신, 감정을 다룬다고 보았기에 이색적이었습니다.

나영 양평으로 이주하며 친하게 지내는 분들의 연배가 높아졌어요. 은퇴한 70대 주민이 많은 동네거든요. 우리 또한 나이 들어가며 신체의 변화를 느끼고요. 우리가 속한 사회, 삶에서 영향을 받은 면도 있을 거라 봅니다. 이성과 감정은 어디서 기인할까요? 흔히 마음, 가슴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뇌라는 장기, 신경에서 출발해요. 신체 조직을 드러낸 작업 또한 이와 큰 차이가 없어요.

그레고리 해부학은 신체의 배열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가진 구조에 집중하잖아요. 현대에 들어 이런 구조적, 본래 지닌 신체보다 이상화된 외모가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고 봤어요. SNS 속 타인의 이미지를 보며 자신의 가슴, 머리카락, 얼굴형, 피부 톤 등에 불만을 품게 되죠. 과거 인간이 자신의 신체를 의심하지 않던 것과 대척되는 현상입니다.

나영 출산, 수유 등 한때 필수적이던 신체적 과업이 아웃소싱화되기도 했고요. 신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티브를 연결한 작업들입니다. 수집한 사물과 아이디어를 일부 떼어내고 재조립해 작업을 완성하는 우리만의 ‘프랑켄슈타인화(Frankensteining)’ 기법을 확인할 수 있죠.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주제, 생각을 작업으로 이끌고 있죠. 프랑스, 독일, 일본, 아프리카 등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다 2017년 지금 이곳 양평에 안착했어요. 삶과 작업에도 변화가 있었을까요?

나영 2009년부터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했어요. 어느 컬렉터의 제안으로 이 동네에 자리 잡았는데 우리가 경험한 동네 중 이곳이 가장 사람이 많지 않나 싶어요. 어느 동네에 머물든 이웃과 친밀하게 지내는 편이라 특별할 건 없어요.

그레고리 높은 빌딩이 없는 것도, 산과 강이 가까운 것도 참 좋은 동네죠. 삶이 건강해져요.

나영 집에 관해서는 영향을 받는다기보다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며칠 전만 하더라도 전시 준비로 발 디딜 틈 없이 뭔가로 가득했거든요.(웃음) 우리 손으로 꾸민 공간이기에 인테리어 스타일이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삶이 묻어난 공간이에요.

이 집이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거대한 작품 같아요.

나영 골조는 창고 짓는 분이, 내부는 우리가 꾸몄어요. 높은 천장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공을 들였죠. 가구는 유럽에서 가져온 것과, 줍거나 고물상에서 구입한 것이 섞였습니다. 특히 다이닝 테이블은 160년 된 독일의 테이블 다리에 한국에서 구입한 뉴질랜드 나무 상판을 연결해 그레고리가 만들었어요.

그레고리 테이블만큼 뒤에 보이는 자개장을 짜 맞춘 듯 벽체 안쪽으로 설치하는 게 힘들었어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이었죠.(웃음) 손수 채우고 가꾼 집이지만 호텔처럼 여길 때도 있어요. 집에 대해 애착을 갖기보다 언제든 전 세계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거든요.

세월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개장이 아름다워요. 집 안에도, 작품에도 오래된 사물을 곁들였죠. 쓸모를 다한 물건에서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있나요?

그레고리 사물이 생산되는 데는 필연적 이유, 필요가 뒤따르잖아요.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것들이 퇴색되곤 합니다. 시간은 붙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데 말이에요. 이것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시간의 루프를 재정의하는 거예요. 개인의 선택에 따라 물건이나 작품 수명이 늘기도 하니까요. 꽤 역설적이고 복잡한 생각이죠.

나영 “일상적 오브제를 작품에 자주 사용하나?”라는 물음을 가끔씩 받아요. 돌, 나무처럼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소재도 매력적이지만, 물건이야말로 동시대적인 물질이라고 느껴요. 과거 한국에서 소나무가 많으니 그것으로 집을 지어왔듯 말이에요. 특별히 뜻을 두었다기보다 자연스러운 선택이자 행동이에요.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가는 개방적인 태도군요.

나영 선구적 메시지, 큰 사명감과는 거리가 먼 작업을 합니다.(웃음) 거대한 메타포, 정형화된 작업 방식을 취하지 않아요. 작업할 때조차 협업이라기보다 각자 잘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도맡아 진행합니다. 이를테면 전시작 중 수놓기는 제가, 서예는 그레고리가 담당하는 식이죠. 어떤 작업은 한 사람이 쭉 이끌고 갈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럼 한 사람의 결과물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같이 나눈 대화, 질문, 생각이 그 속에 녹아 있거든요.

두 분의 작업과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곳에서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나요?

나영 둘 다 종일 작업을 해요. 미술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작품을 수집하거나 좋아하는 도록을 보기도 하고요.

그레고리 작업실에 마련한 거대한 책장에서 소설책을 꺼내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도 하죠.

나영 집 자체를 즐기는 시간도 가져요. 어려서부터 ‘집’이라는 공간을 좋아해서 친구네 집에도 자주 놀러 갔죠. 집집마다 녹아 있는 문화, 생활을 구경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반려묘 세 마리와 나른한 시간을 보내는 순간도 즐깁니다.

연말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나영 전시 준비로 너무 바빴기에 숨을 돌려야겠죠. 그런데 큰 계획을 세우지 않으니 글쎄요… 그저 매일 작업을 하겠죠.

그레고리 We don’t have Sundays, holidays!(웃음) (VL)

피처 디렉터
김나랑 
2024.11.27 Vogue Korea
사진
박나희
유승현 (프리랜스 에디터)


에르메스 매장 한가운데 '빛나는 헬로키티 불상’이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개인전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 내년 2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계를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쇼룸이 모인 도산대로엔 터줏대감처럼 에르메스 매장이 골목 초입을 지키고 있다. 올 겨울, '럭셔리의 상징'과도 같은 에르메스의 서울 매장 한가운데엔 '헬로키티 동상'이 떡하니 놓였다.

원래대로였다면 작고 귀여워야 할 헬로키티지만, 이 키티는 성인 남성이 눈을 들어 올려다보아야 할 만큼 거대하다. 하지만 이 '키티 동상'이 건물을 드나드는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따로 있다. 동상에 금빛 후광이 비치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매장 가운데 후광 키티를 세운 작가는 아티스트 듀오로 활동하는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 이들이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전시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를 펼치고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인 김나영과 독일인인 그레고리 마스는 오랜 작업 동료이자, 같이 삶을 꾸려가는 부부다. 김나영이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 유학 시절 같은 반이었던 마스를 만나 인연을 맺은 뒤 2004년 결혼했다. 올해 벌써 20년째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아티스트 듀오 김나영(왼쪽)과 그레고리 마스.  / 사진. ⓒ김상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아티스트 듀오 김나영(왼쪽)과 그레고리 마스. / 사진. ⓒ김상태
부부는 아티스트 동료로, 또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세계를 돌며 전시를 열고 작품을 만들었다. 일본, 필리핀, 독일에서부터 아프리카까지 '노마드'처럼 떠돌며 살아왔다. 세계 여행을 펼치던 이들은 2019년 한국 땅에 정착했다. 양평에 작은 작업실을 마련한 뒤 그곳에서 텃밭을 가꾸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

부부는 항상 실용성과 효율성에 관심이 많았다. 버려진 물건들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작업을 펼치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잡동사니들을 구해다 작품을 만들었다. '키티 동상'도 이렇게 탄생했다.

동네 공원에 버려진 대형 키티 조형물을 발견한 부부는 이 폐기물을 동상으로 변신시켰다. '세계인이 사랑하고 올해 탄생 50주년을 맞은 헬로키티를 색다른 동상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고양이 본체 주변에는 황금색 빛을 내는 전구들이 둘러싸고 있다. 마치 키티가 후광을 입은 모습을 표현했다. 작품의 이름도 '반야(般若) 키티'로 지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문을 지키던 두 얼굴의 신 '야누스'처럼 부부의 키티도 2가지 얼굴을 가졌다. 앞에서 볼 땐 울고 있지만, 뒤쪽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이들은 키티 동상이 마치 신화 속 야누스와 같이 자신의 전시장을 지키는 역할을 해 준다고 생각하며 이 작품을 만들었다.
고양이 몸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통과 버려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실제 이들은 버려진 조형물에 어떤 가공도 하지 않았다. 오직 때가 탄 부분만 씻긴 뒤 부항을 떠 주듯 전구를 붙인 게 전부다. 버려진 물건들을 가공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다.

이처럼 김나영과 마스는 본래의 물건이 가진 순수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잡동사니들을 작품으로 만들 때도 일정한 모양으로 깎고 만지는 대신 뒤죽박죽 배치한다. 자칫 작품들이 산만한 듯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부부가 '의도된 산만함'을 택한 데는 오랜 기간 이어온 신념이 바탕이 됐다. “완벽한 것을 만들기는 쉽지만 순수함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A Rough Day at the Workshop 1~5' (2024). / 사진. ⓒ김상태, 제공. 에르메스 재단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A Rough Day at the Workshop 1~5' (2024). / 사진. ⓒ김상태, 제공. 에르메스 재단
부부는 오로지 완벽함을 위해 이질적인 것들을 배제해 온 인간의 역사를 작품을 통해 꼬집는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김나영과 마스는 이 작업을 '프랑켄슈타인화'라고 이야기했다. 메리 셸던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죽은 시체를 모아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듯, 이들도 일상 곳곳서 만난 죽은 사물을 모아 새 생명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이어진다.

한국경제 최지희 기자 2024.11.25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1229063i

"파리서 만난 서울 여자-독일 남자"…김나영&그레고리 마스展

 2004년부터 함께 작업, 작품 뒤엉키게 조합한 방식 그 난해함

서울 강남 아틀리에 에르메스서 2025년 2월 2일까지

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이 부부의 ‘편집증’을 보라..‘김나영&그레고리 마스’ 개인전

결혼 후 20년 째 공동작업 이어 온 부부 아티스트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展서 신작 60여 점 공개
“‘소유’ 개념 벗어나 ‘공유’라는 문화형식 제안”


2004년부터 공동작업을 해 온 아티스트 그룹이자 부부인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이하 김 & 마스)가 22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Paranoia Paradise·편집증의 낙원)’를 개최한다. 개막에 앞서 21일 전시 프리뷰를 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측은 “지난 20년 간 전방위적으로 활동해온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가 이번 전시에서 60여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photo11월21일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 ‘김나영& 그레고리 마스’ 전시에서 작품을 설명 중인 그레고리 마스. 사진 박동미 기자



김 & 마스의 작업은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뒤엉키게 한 독특한 조합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 흥미와 더불어 불편함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또한, 이들은 언어유희에 가까운 제목으로 작품의 의도를 일부러 불투명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번 전시 역시 이들의 전매특허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예컨대, 버려진 헬로 키티 조형물은 깨달음을 얻은 ‘반야 키티’로 재탄생했고, 피카소의 그림에서 착안한 후, 못을 박아 완성한 동판 작품은 ‘마침내 내가 해냈어!(I nailed it)’라는 뜻을 한국식으로 풀어낸 ‘쩔었어!“가 제목이 됐다. 자연스럽게 ”못을 박았어!“라는 또 다른 의미도 떠오른다. 또,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모더니즘의 모토를 모방한 ‘거품은 남근을 따른다(Foam follows Phallus 2.0, 2024)’는 은근히 무언가를 놀리는 듯하다. 거대한 남근상 옆에 츄파춥스를 담았던 빈 용기를 매달았는데, 그로 인해 이것이 거품 가득한 맥주잔 모양이었음을 새로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이날 직접 전시와 작품을 설명한 김 & 마스는 이를 ‘프랑켄슈타인화(化)’라 명명했다. 메리 셸던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납골당이나 묘지에서 훔친 시체 조각들을 조립한 뒤 전기충격을 가해 사람을 만들고자 했던 ‘미친’ 의사 이야기를 빗댄 것이다. 여기저기서 수집한 사물과 아이디어를 일부씩 떼어내고 재조립해서 기이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자신들의 작업방식 또한 그 행위와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김 & 마스는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 여러 점의 인체 해부도를 제시했다. 도자기로 만든 조각 ‘작업실에서의 힘든 하루’(A rough day at the workshop)(2022∼2024)는 고된 하루 일을 마치고 ‘탈진’해 분해된 듯 누워 있는 인물들을 표현했다. 재를 남기고 타들어 간 담배꽁초와 가발, 틀니 등이 나란히 진열돼 쉼없는 노동과 죽음에 가까운 휴식을 은유한다. 또, 창자 모양 오이 피클 꾸러미가 몸체의 터널을 통과하는 형상도 등장하는데, 그 위에 한때 닥치는 대로 아무 광고에나 출연했던 니컬러스 케이지의 고된 얼굴이 프린트돼 있다.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는 이날 ”김 & 마스의 작업은 동시대의 대표적인 예술적 태도인 ‘포스트 프로덕션’의 관점으로도 파악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작업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사물들과 이미지, 아이디어는 이미 존재하는 문화 생산품들이기 때문에 흔히 차용의 개념으로 이해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자르기, 덧붙이기, 칠하기 등의 재가공 단계를 거친 것이라는 것. 안 디렉터는 ”차용이라는 ‘소유’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동시대 문화형식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photo김 & 마스 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꽃 낮잠 1~4’.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제공



전시는 넘치는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어떤 단일한 독해를 지향하지 않는다. 김 & 마스에 따르면 오래된 사물의 수집이란 결국 기억의 파편들을 모은 것이기에, 작가와 관객이 완벽한 공감이나 공유를 이룰 수 없다. 이들은 ”각자 자기만의 경험에 기대어 그 의미를 생성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일보 박동미 기자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112301039910056001 

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 전시…'반야 키티' 눈길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5118137?sid=103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22일부터 아티스트 듀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의 개인전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 (Paranoia Paradise)'를 연다.

부부작가인 이들은 한국과 독일 출신으로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같은 반 동료로 만났다. 2004년 결혼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실용성'과 '효율'을 추구한다는 이들은 고정관념을 깨고 전 세계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는 노마드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회화나 조각 작품도 하지만 이번 전시에선 주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잡동사니에 가까운 재료들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매 전시마다 각양각색의 형상들을 대거 선보이는 이들은 이번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올해 50주년을 맞았던 헬로 키티의 변신이라 할 '반야 키티(Kitty Enlightement)(2024)'를 내놓았다. 한 눈에도 헬로 키티였음을 알 수 있는 이 작품은 동네 공원에 버려진 키티 조형물을 이용한 것이다.

이외에도 이들은 키치적 감성이 풍부한 소재를 그들의 여행과 일상에서 구해 작품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한 융합이 이들의 손에서 이뤄지고 현재 미술 작품으로 부활하는 셈이다.

유럽의 목재가 일본 문구류와 만나고 중남미 어디 선가 본 듯한 토기 위에 합쳐지는 식이다. 이는 아시아와 유럽을 출신 배경으로 하는 작가 부부의 삶이 문화적 다양성으로 그리고 일상으로 녹아드는 것과 같다.

한쪽 모국어인 한국어와 독일어로 가지 않고 처음 만났을 때 쓰던 프랑스어로 20년 넘게 소통하는 이들의 언어습관 역시 글로벌을 상징한다.

작가들은 '프랑켄슈타인화(Frankensteining)'로 이번 전시를 설명한다. 묘지에서 시체를 훔쳐 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려던 미친 박사의 작업 방식이, 이들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야 키티'에서 이들의 프랑켄슈타인화가 가장 잘 설명된다. 귀여움의 역할을 담당하느라 애초부터 갖지 선사했고 기쁨과 슬픔이란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게 됐다. 야누스와 같이 앞 뒤로 두 개의 얼굴을 갖게 된 키티는 마침내 '깨달음(반야)'에 도달하며 변화를 관장하는 로마의 신과 불교의 지혜가 하나가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조합을 이뤄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전시엔 유독 흡연과 알코올 그리고 성적인 묘사 관한 모티브가 많다.

그에 대해 작가들은 "방종과 탐닉의 문화에 깃든 개인의 자유와 열정, 어리석음을 흥미롭게 관찰해서 표현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작품들은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들의 조합으로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르기, 덧붙이기, 칠하기, 바느질하기, 용접하기 등 두 사람 각자가 잘 하는 방식의 재가공을 힘들게 거쳤다. 편집 속에 자기의 창조적 결합행위가 필요한 것이다.

'쩔었어(I nailed it)'(2024)라는 작품은 금빛 못으로 피카소 작품 등 미술사의 여러 요소들을 표현했다. 많은 시간의 공들인 작업이 필요한 작품이다. 피카소의 드로잉 평면작품을 입체화하려는 작가들의 의도는 절대적인 평면을 추구한 말레비치(KMalevich)의 금빛 직사각형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더욱 강조된다. 작은 못들을 촘촘히 박는 행위는 몰입을 통해 복잡한 사유를 사라지게 하는 수행의 과정도 된다. 완성한 후 내지르는 "마침내 내가 해냈어!(I nailed it)"라는 탄성이 작품명과 겹쳐 언어 유희도 남는다.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이어진다.

머니 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4.11.22

기자 회견
https://v.daum.net/v/20241122153743892

ART DIVE /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뜰리에 에르메스

에르메스의 장인정신과 한국 문화의 교류를 증진한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 1층에 자리한 전시 공간으로 국내외 미술 전문가와 협업해 선정하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한국 미술의 전개 양상에서 주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작가의 새롭고 창의적인 실험을 지원할 것’.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설립 취지다. 작가에게는 새로운 실험의 기회를, 관객에게는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이 되기를 꿈꾼다. 전시는 감상과 교류, 배움의 과정을 결합한 행위다. 이 과정이 대중에게 긴밀하게 닿기를 염원하며 우리는 전시마다 약 40페이지에 달하는 무료 가이드북을 제작하는데, 여기엔 언제나 작가와의 깊은 인터뷰가 포함된다. 큐레이터의 해석이 아닌 작가 본인의 발언을 진지하게 전하기 위함이다. 작가의 작업에 집중한 전시 기획을 위한 이러한 노력이 본격 미술 기관이나 상업 갤러리가 아님에도 작가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원천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현대미술은 다소 어려운 분야이기에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대중성에서 한계를 느낄 때가 많지만, 현대미술을 향한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 요즘 한국의 현상은 고무적이다. 패셔너블의 이미지와 함께 명품 브랜드의 현대미술 지원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가운데 순간의 유행이 아닌 오랜 동행이 되길 바란다. 오는 11월에는 듀오 아티스트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Gregory Maass)의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파라다이스/파라노이아>라는 전시 제목처럼 일상에 깃든 모순적 상황으로의 초대를 기다려주시길. –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안소연
ADD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https://www.allurekorea.com/2024/09/05/art-dive-00/


버려진 키티가 두 얼굴을 갖는다면…20년 듀오의 '물건' 탐구

스포츠조선 2024-11-22

https://sports.chosun.com/entertainment/2024-11-22/202411220000000000023248

https://v.daum.net/v/20241122070159782?f=p

https://www.yna.co.kr/view/AKR20241121145200005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부부 공동작업…아뜰리에 에르메스서 전시


전시장 전경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놀이터에는 '용도 폐기'된 헬로키티가 남았다. 알록달록한 색이 바래고 곳곳에 상처가 난 모습이었다. 옆 동네에 살던 부부 작가는 버려진 키티를 데려왔다.

세월의 흔적이 쌓이며 때가 탄 부분을 씻겨내고, 온몸에 마치 부항을 뜨듯 전구를 붙여 온기를 더했다. 귀여운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사라졌던 입도 되살렸다. 한쪽에서는 웃고, 다른 쪽에서는 우는 모습의 '반야 키티'다.

지난 20년간 미술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듀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키티에게 새로운 얼굴을 줬다. 기쁨과 슬픔이 존재하는 '야누스'의 얼굴이다.



반야(般若) 키티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선보이는 '파라노이아 파라다이스'(Paranoia Paradise)는 부부이자 함께 작업하는 동료로 두 사람이 걸어온 여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2004년부터 공동 작업을 해 온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만화 캐릭터부터 일상용품에 이르는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 60여 점을 소개한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의 조화는 흥미를 유발한다. 정성스레 수 놓인 꽃 너머에는 파리채가 붙어있고,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구조물 위에는 통조림 용기가 비스듬히 꽂혀 있다.



작업실에서의 힘든 하루


지난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레고리 마스 작가는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는지로 정의되기도 하지만 물건은 죽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물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커피를 흘린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천 위에 미니마우스 자수가 놓인 작품을 가리키며 "어쩌면 진짜라고 할 수 있는 건 커피 자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는 두 사람의 작업을 사물과 아이디어를 떼어내고 재조립하는 '프랑켄슈타인 화(化)'라고 언급하며 "넘치는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단일한 독해를 지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상의 물건을 활용해 경쾌하게 살짝 비튼 작업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디오니소스 동상은 맥주 상자를 들고 있고, 창자 모양의 오이 피클 위에는 '아무 광고'에나 출연했던 어느 배우의 얼굴이 인쇄돼 있다. 권투 장갑 너머로 담배를 형상화한 듯한 작품도 눈에 띈다.

김나영 작가는 "담배는 고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특이한 물질성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 선보여온 작업과 비교하면 많이 고민하면서 학구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작품 하나하나에 붙은 이름은 마치 언어유희와도 같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드로잉을 재현하면서 물감이나 붓이 아닌 작은 못(nail)을 선택해 수많은 못을 박은 뒤 '쩔었어'(I nailed it)라고 이름 붙이는 식이다.

전시는 내년 2 2일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