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생활전

어린이로서 가지는 호기심이 최고의 방점을 찍은 일곱살 무렵, 가장 좋아하는 만화책은 고 조경철박사의 <우주는 왜>였습니다.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해 각종 행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장은 UFO에 대한 자료로 마무리 되는 일종의 어린이용 우주 백과사전이었죠. 그 당시 호기심 많은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우주만한 것이 없었던 듯 합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포착되었다는 UFO사진을 보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에 나오는 외국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외계인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니, 이런 놀라움(혹은 반가움)이. 우주에 대한 경이감은 이후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후 한 번 더 확장되었습니다. 영화는 우주라는 공간을 현실과 이론에 입각해 ‘제작’해 낸 것 이었지만 실제 존재하는 공간으로서의 우주가 꽤나 인상 깊게 다가온 계기가 되었습니다. 끝이 없는 광활한 공간은 우리에게 익숙한 3차원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것이라는 경이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끝없는 어둠이라는 자체로 두려움을 일게 하는 무엇이기도 합니다.
‘우주생활은 실제로 우주선을 타고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생활이 아니라 지구 위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들도 우주적 현상과 관계가 있다는 인식, 그 인식을 더 넓히고 깊이 있게 하기 위해 공부하는 생활이다. 그러면서 우주개발이나 우주여행에 대한 환상은 거꾸로 깨져나간다.’
전시 타이틀이 우주’생활’인 것도 이런 의미의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 인간의 탐구가 아직도 완료되지 않은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이지만 이를 탐사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은 결국 인간의 우주에 대한 염원이 담긴 일련의 ‘생활’들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기계비평가 이영준 교수(계원예술대학교)의 기획으로 시작되었습니다. NASA에서 공개한 우주 관련 이미지 84점과 한국의 현대 미술가 총 7팀의 작품 31점을 포함해 총 115점이 전시되는 국내 최초의 대형 우주-이미지 전시입니다. 미항공우주국(NASA) 에서 공개한 수많은 기록 중 엄선된 84점의 이미지를 통해 로켓을 쏘아 올리기 위한 엔지니어링부터 인간 생활의 극한을 상정한 갖가지 실험까지, 우주를 과학적으로 증명해보고자 했던 인류의 여정을 본 전시를 통해 한 눈에 통찰할 수 있습니다. 우주를 실재의 영역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던 20세기 인류의 숭고한 염원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우주 ‘생활’인 것이죠.
에디터가 찾은 이 날, 마침 도슨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우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우주 전시를 보자니 막막했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NASA로부터 날아온 흥미로운 우주탐사 이미지 사이로 에디터의 기억에 오래 머문 기록은 ‘실패’였습니다. ‘콜롬비아호’사건을 혹시 알고 계신가요? 2003년 우주왕복선 콜롬비아가 발사합니다. 그런데 발사장면을 관찰하던 NASA의 발사책임자들은 가방크기의 스티로폼 덩어리가 엔진에서 떨어져 나와 왕복선의 날개 앞전을 때리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방열판에 구멍이 생긴 것이죠. 방열판은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하며 대기권을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생명과 직결된 기구입니다. 대원들이 무사 귀환할 수 없음을 확인한 책임자 존하폴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공기가 떨어질 때까지 비행하다가 죽는 것 보다는 승무원들이 즐겁게 비행하다가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죽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사건은 종결 짓습니다.  결국 2003년 2월 1일, 기술자들은 콜럼비아호가 폭발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게 됩니다. 사진 속 부푼 꿈에 들떠있는 대원들의 얼굴이 보이시나요? 인류의 우주탐사에 대한 실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사진 입니다. 

‘우주생활은 꼭 과학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주에 대한 다양한 표상들을 모으고 살펴 보고 남에게 보여주는 시각적 생활이다. ‘우주생활’ 전시는 NASA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온갖 자료들을 모아서 보여준다.  그런데 과학자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현대 미술가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 김상길, 김지원, 김홍석, 박아람, 정재호, 조춘만작가의 작업들도 같이 전시된다.  이들 작업의 공통점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과학과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작가에게 과학과 기술은 신비이고 어떤 작가에게는 실제다.’
과학적 지식과는 거리가 먼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여전히 우주는 판단이 불가능한 세계입니다. 접근하기 어려운 언어와 논리로 구성된 환상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여전히 우주는 대부분의 인류에게 과학 기술을 통해 증명된 실재의 영역이 아니라, 이미지와 말과 감정과 상상의 생활일 것입니다. 아마도 현재의 인류에게 우주생활은 무중력의 우주공간 속에 사는 생활이 아니라, 우주에 대한 지식을 섭렵하고 더 큰 세계에 대한 판단력을 넓혀 나가는 생활일지도 모르겠네요. 
‘우주생활이란 우주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우주시대에 맞는 감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http://www.the-scent.co.kr/xe/w_culture/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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